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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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공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잘 몰랐다. 물론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무서운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덕분에 읽을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영화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과연 원작은 어떤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 두께가 무척 두꺼워서 장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나는 전설이다' 작품은 책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한 작품만을 보는 것보다 그가 쓴 다른 작품도 함께 보니 그가 쓰는 소설의 스타일이 어떤지 좀 더 쉽게 이해된다.

 

우선 가장 메인작품은 '나는 전설이다'는 흡혈귀 소설의 원형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당히 흡혈귀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 세상에 나 혼자 살아남아서 흡혈귀들이 몇년동안 밤마다 찾아온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다. 넓은 세상에 고립된 자의 고통과 심리상태를 생생하게 잘 그려냈다. 사실은 동명의 영화를 보지 못해서 현실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나, 이 작품만 가지고 본다면 처음에는 단순히 공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숙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자신과 똑같이 만들거나 없애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진화라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아직까지 전쟁이 끊이지 않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 외에도 '전화벨 소리', '어둠의 주술' 등 다양한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모든 작품들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마지막에는 반전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무척 궁금했다. 작가의 명성대로 밤 늦게 혼자 있을 때 읽으면 무섭다고 여길만한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던 작품은 '매드 하우스'였는데, 항상 화만 내는 사람은 집에도 그 기운이 스며든다는 주제가 담겨있다. 여기에서는 좀 과장되게 표현이 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도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사람의 곁에 있으면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고,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의 곁에 있으면 왠지 불안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주변의 사물에도 비슷한 기운이 생기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은 무섭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상당히 무게감이 있어서 결코 가볍게 넘길만한 작품들은 아니다. 단편이라도 상당히 고심을 하며 쓴 흔적이 역력하게 보여서 읽는 동안 상당히 흥미로웠다.

 

철학이 담긴 공포소설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단연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검증한만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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