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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 - 나만의 지도를 그리며 걷고 그곳에서 숨 쉬는 도시생활자 여행기
김대욱 글.사진 / 예담 / 2013년 5월
평점 :
이 책은 그냥 무덤덤하다. 보통 여행기라고 하면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내용을 주제로 삼는데, 이 책은 제목을 일상 여행이라고 붙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작가가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들을 몇 개의 덩어리들로 나누어 편집해놓은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이렇게 다양하고 소소한 즐거움들이 있구나 하는 발견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런 글을 읽을 때는 그동안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닐지 조금 반성해보게 된다. 사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냥 욕심이 너무나도 많아서 뭐든지 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인생이 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천천히 사는 삶의 여유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는 시원한 물같은 존재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는 바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가까이에서 찍거나, 아니면 촛점이 잘 맞지 않아 사물의 실루엣만 남아있는 사진은 뭔가 분명하지 않다. 그래도 이런 사진을 통해서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을 조금이나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어떤 것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아주 약간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는 희망이 보인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는 특별하지는 않다. 그냥 살아가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의 파편들을 정리해놓은 저자의 수필집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런 류의 책이 과연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가도 삶을 너무 실용적으로만 살아가려는 퍽퍽한 내 삶이 이제 내 생각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서 왠지 서글퍼진다. 가끔은 천천히 돌아가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책을 읽기도 전에 옆으로 밀쳐놓을만큼 재미없는 책도 아니니, 솔직담백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