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경제 시간에 간단하게 케인즈와 하이에크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운 것이 아니라, 개괄적인 이론만 다루었고 현대사 부분은 정말 몇 문장으로 간추려서 배우기 때문에 이름만 들어본 정도이다. 이후로 경제와는 동떨어진 전공을 선택하여 공부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나름대로 심도있게 살펴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 오랜만에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실 경제는 우리 생활 속에서 항상 함께 하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정책이 바뀔 때마다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살펴보고 만약 나의 이익에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부당하다고 느끼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로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냈을 때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고민을 먼저 하고 이론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오늘날의 경제학자이다. 최종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개인적인 성향에 달려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있는 경제를 학문적인 관점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경제학은 실용학문의 영역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금은 케인즈나 하이에크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케인즈는 비교적 절충적인 입장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역사적으로 남긴 영향을 보았을 때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기 때문에 큰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의 대표자로 인식되어 있고, 하이에크는 반대로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두어야 한다는 자유 방임주의의 대표자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살아있을 때도 서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맞수로 남아있다.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살펴보면서 오늘날의 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아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경제사에 대해서 특별히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역사적인 사실을 많이 다루고 있으며, 두 사람의 사상을 비교하면서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말미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수록되어 있는데, 읽는 사람에 따라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인식의 확장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니, 학문적인 경제학이 실제 사회와 결합되었을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오늘날의 경제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비교적 균형잡힌 시각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편견없이 두 사상을 비교해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