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천천히 쉬어가는 방법

속도의 배신 - 왜 어떤 이는 빨라도 실패하고, 어떤 이는 느려도 성공하는가
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월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요즘, 각종 뉴스 정보나 결정에 있어서 빠른 속도만큼 중요시되는 것도 없다. 누구나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신선한 정보에 목말라있다. 그리고 빠른 결정을 하지 않으면 시대에 도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인터넷이 현대 사회에 불러온 혁명 중 하나로 빨리 가는 사람만이 더 빨리 성공하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초 단위로 생활하는 사람과 하루 단위로 생활하는 사람 사이에 성공의 큰 차이가 있느냐 살펴보면 특별히 그렇지도 않다. 다만 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그만큼 똑똑해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삶의 질이 올라갔느냐를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또한 빠른 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설득과정과 다각도의 검토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과연 빠른 것과 느린 것,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

이 책에서는 빠른 속도만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한 템포 멈춰서 생각하고 결정하는 느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현재 이 세상에서 빠른 결정만 이루어졌다면 세상의 위대한 발견들은 미처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모든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니 말이다. 최근에 들어서야 초 단위의 시간을 재면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지, 100년 전까지만해도 개인간 연락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한 쪽이 다른 쪽에게 직접 전화통화를 하려고 하면 미리 약속을 하거나 일정한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했고, 시간이 급하지 않은 것들은 편지나 다른 수단으로 전달되었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과 시간은 더 길어졌으나, 실제로 생활하면서 체감하는 시간은 나날이 짧아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빠른 결정이 항상 올바르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결정이라면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중요도가 높은 일을 먼저 하라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을 돌아볼 수도 있고, 급하지 않은 일들은 뒤로 미룰 수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미루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물론 모든 일을 천천히 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급하게 처리를 해야할 것도 있다. 여유를 가짐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지금 해야할 일의 최종 기한이 언제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결정하는 방법이 최적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단 시간에 타인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판단할 때는 적정한 시간을 할애해야한다고 한다.

굉장히 다양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는 느림의 미학 덕분에 과연 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성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성격도 꽤나 급한 편이기는 하지만, 일을 처리할 때는 가급적이면 많은 것들을 고려해보고자 한다. 빠르면서도 여유있게, 일을 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성공하는 키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앞으로만 무작정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한 템포 쉬어감의 미학을 알려주고 싶을 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