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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평점 :
평소에 생활하면서 참 많은 물건을 구입한다. 모두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잘 짜여진 마케팅의 수법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 때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뭔가 편리하고 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왠지 그 물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때도 종종 있다. 일단 물건을 사는 순간까지는 좋았는데, 이제 내 것이 되고 나면 그 물건을 둘러싸고 있던 마법이 풀리는 듯한 느낌에 약간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결코 소비를 멈출수가 없는 것이 현대인의 속성이다. 과연 이런 소비의 순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비 심리 연구방법과 그 결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도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물건에 대해서 단 하나의 소비자만 설정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비슷해보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절대로 하나로는 정의할 수 없고, 적어도 하나의 물건에 대해서 대여섯가지의 소비자군이 나온다. 물론 이것도 더 깊이 들어가면 세분화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하나의 유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물건을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양한 종류로 소비자군을 분류하고 그 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타게팅을 해야할 집단을 다시 선정하여 마케팅 방법을 다양하게 쓰곤 한다. 이제는 일상화된 마케팅 기법을 가장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저자이다.
이미 연구된 결과들을 보여주는 대목이 많아서 전반적으로는 크게 신선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 조사가 이루어지며, 방법 설정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들이 상당하다. 그리고 직접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마케팅이나 설문조사 용역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이 내용이 신빙성이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결과를 좀 더 정확하게 얻고 싶다면 표본집단을 크게 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유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그러나 시간이나 예산의 한계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인 조사가 가능할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다. 이미 조사된 결과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 하나로 마케팅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설문조사가 가지는 한계와 어떻게 하면 좀 더 극대화해서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 또한 전반적으로 그동안 실시했던 연구 결과와 마지막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소비심리에 대한 글이 언급되어 있으니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학생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물질 중심주의에 물들어버린 사회에서 아무 것도 소비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을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이 책을 통해 마케팅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소비를 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