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
메리 퀀트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메리 퀀트'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미니스커트의 시작과 핫팬츠의 유행이 바로 이 디자이너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니, 패션의 역사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 바로 메리 퀀트이다. 에전에는 여성들이 굉장히 고루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면, 메리 퀀트는 상상하지도 못할 색다른 디자인에 대한 욕구를 미리 알아채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사람들에게 전파시켰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디자인과 소재에 대한 본능만으로 사업을 이렇게 번창시켰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느 디자이너같으면 비례라든지 옷을 디자인할 때 많은 고민을 할 것 같은데, 자서전 격인 이 책에서는 그녀의 이러한 고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거의 천재에 가까운 재주로 그냥 시장에 내놓았는데 한 순간에 스타가 되어버린 자의 여유가 그대로 느껴진다. 어떻게 성공을 할 수 있었는지 정확하게 설명을 해 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엄청난 고생보다는 이른 나이에 이미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어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번,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라고 하겠다. 그러나 패션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는 점에서 바로 성공의 포인트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대체적으로 그녀의 일생의 시간 순으로 쓰여있기는 하지만, 각 장의 내용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서 사실 어느 부분이나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본인이 직접 쓴 에세이이기 때문에 그녀만의 자유분방함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으며, 멋진 작가의 문체는 아니지만 그녀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소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꽤나 매력적이다. 평전이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제를 정해서 쓴 글들을 모아놓아서 정신이 없기는 해도 각 장의 내용만큼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로 눈을 절대 뗄 수 없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책의 중간중간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멋진 모델들이 메리 퀀트의 옷을 입고 있는데 지금 봐도 전혀 디자인이 뒤쳐지지 않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어서 정말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메리 퀀트는 패션 뿐만이 아니라 향수, 화장품,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소품까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맡았다. 아마 시대적인 흐름의 운도 따랐겠으나, 그녀의 타고난 감각이 없었더라면 미처 다 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일본에서는 그녀의 디자인이 상당히 인기가 있어서 지금도 꾸준히 컬렉션이 나오고 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귀여우면서도 여성스러운 독특한 감각을 잊지 않는 그녀의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약간은 일본풍의 느낌도 없지 않으나, 세련된 컬러 배색이 아마 오랜 세월동안 그녀의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싶다. 여자를 여성스럽게 보이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패션의 효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일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은 부러움을 느끼면서 나도 이와같은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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