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 판타스틱 픽션 WHITE 1-1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1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케빈이라는 아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사실 이 책은 꽤나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지만, 흡입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다. 책을 빨리 읽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은 있지만, 이 책은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책이었다. 그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와 케빈의 파편적인 기억을 따라가는 작업을 거쳐야했기 때문이다. 물론 케빈의 목소리는 없고 순전히 엄마의 시각에서만 서술되는 책이기는 했지만, 케빈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엄마의 기억이기에 등장인물들의 세부적인 심리 변화를 읽기에는 적절했다. 아마 케빈의 시각으로 서술된 장면이 있었다면 이만큼이나 이야기가 장황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무감이 가득하지 않았을까.

 

사실 난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일련의 흐름은 잘 선택한 듯 하다. 먼저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더라면 영화 장면에서 보여지는 충격감이 덜했을 듯 싶다. 솔직히 가장 중요한 잔인한 장면들은 영화에서는 극도로 절제되어 삭제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 장면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이 심해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내내 잔인함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에 묘사된 장면은 보다 자세하고, 잔인하다. 과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정상적인 가정에서 나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어떤 계기로 인해서 분노의 감정이 쌓이게 된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케빈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무리 엄마가 애정이 없었더고 하더라도 양육의 책임은 모두 이행을 했는데, 미국의 법정에서는 이런 것들도 모두 문제가 되나보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나니 다시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영화에서는 각 장면들이 끊어져서 나왔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도 있고, 궁금한 점도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대부분의 궁금증은 풀렸다. 아마 책을 읽고 난 후에 보는 영화의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케빈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케빈 본인도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하지 않았던 자식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 대해서는 온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심리 상태의 엄마를 가진 아이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양육의 책임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들었다. 요즘에 저출산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 현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아이 하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사람으로 인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뀐다. 지금 내가 있는 상태를 바꾸고 싶지 않다면 아이를 가지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를 해보아야 한다. 특히 케빈같이 섬세한 아이들은 혼자서 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해준 작품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서구화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소설과 영화가 말해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물론 이 소설에 나온 경우는 상당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아이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 시대의 엄마, 아빠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왕이면 영화와 책을 모두 함께 보길 권한다. 책에서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세부적인 심리묘사를,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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