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을 - 칼럼니스트 박사의 '여자들의 여행법'
박사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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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러면서도 위험은 특별하게 감수하기 싫은, 정말 보통의 여자가 쓴 에세이이다. 여느 여행 관련 책처럼 화려한 사진이나 깨알같은 정보는 없어도, 여행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있다. 수많은 먹을거리가 나열되어 있는 뷔페가 아니라, 단아하게 차려진 정갈한 한식 밥상을 먹는 느낌이라고 하면 표현이 적절할런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근교의 여행은 두세달에 한두번씩 하며, 좀 먼 곳까지의 여행은 일년에 한 번 정도 한다. 사실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하는 것에 약간 어색해하는 방랑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라, 여행이 없다면 삶에 어떤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없었더라면, 이미 오래 전에 다른 곳으로 떠났을 지도 모른다. 무작정 떠나는 것보다 가끔씩 떠나는 여행이 감질나기는 하지만 보다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려서, 현재의 삶과 가끔 일탈을 하는 삶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래도 책 등을 통해 여행을 마음껏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감추기란 어렵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보아야할 곳 리스트에 또 하나의 장소가 추가되는 셈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특별하지 않아도,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사는 그것이 가장 중요할 듯 싶다.

 

저자의 글에서는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그리고 맛깔스럽게 글을 쓰고자 하는 내공이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 나는 그런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슬쩍 훔쳐보며 그런 재능을 부러워할 뿐이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꼭지의 글 중에서 공감가는 부분 중의 하나는,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가이드북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인 여행을 조장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문화권과 언어를 쓰는 곳을 처음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바로 가이드 북이다. 나도 가이드북에 의존한 여행을 많이 했던 터라, 그 필요성은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짤 때면 잘 쓰여진 가이드북 2권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정보들을 참고하여 나만의 루트를 짠다. 그리고 실제로 가본 느낌을 한 쪽 모퉁이에 적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또한 여행 중의 기념품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는데, 아무래도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서 물건을 구입하면 나중에 모아놓거나 정리하기도 쉽다. 아마도 저자는 고양이 관련 물품에 한동안 꽂혔던 것 같은데, 돌아다니다가 기념이 될만한 물건을 사지 않고 나오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신중하게 보고 장사꾼과 이리저리 실랑이를 벌여서 구입한 물건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도 클 수 밖에 없다. 그리 크지는 않더라도 소소하게 물건을 모으는 재미도 여행을 다니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이 외에도 무척이나 재미있으면서 잔잔한 이야기거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여행을 미처 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막연한 동경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자란 곳을 한 번도 떠나보지 않은 사람도 있다지만, 요즘에는 자신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행을 꼭 떠나볼 것을 권하고 싶다. 여행이라는 것은 자신 스스로의 힘을 길러주고, 세상이라는 곳이 다르면서도 참 비슷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책으로만 얻는 지식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한 지식은 평생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 소중함을 다시 알게 해주는 이 책을 만나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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