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는 꿈을 꾸어본다. 내가 돈이 많이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에 쓰고 어디에 쓰지 않을지 나름대로 정해보기도 한다. 나도 그런 환상을 가져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워낙 이룰 수 없는 꿈이라서 그냥 꿈으로만 여길 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여름밤의 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절망하다가 결국은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망에 빠지고 만다. 굉장히 매력적인 여인이지만, 돈 때문에 온갖 유혹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인생에서 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돈에 맛을 들이면 그 치명적인 유혹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표지의 매혹적인 여인이 순수한 시골 처녀에서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돈의 노예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전쟁 직후의 오스트리아이다.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후의 유럽은 가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전쟁에 나갔던 젊은이들은 부상을 당했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고, 집안의 가장이 없는 상태에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여자들은 무척이나 낮은 임금을 받고 힘든 삶을 살았다.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와 같은 묘사는 무척이나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거의 죽어가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크리스티네는 오스트리아 시골 우체국 여직원으로서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몇 년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이모에게서 휴가를 함께 보내자는 편지를 받는다. 그 이모는 미국인과 결혼하여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경우로, 신흥 부자의 대열에 끼여 있었다. 처음에는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기죽어 있다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사람들과 한껏 어울리는데 온 힘을 쏟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이모부와 이모에게는 처음에는 신선했으나,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됨으로써 우쭐해지는 모습이 못마땅하게 비친다. 결국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면서 도망치듯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몇 주간의 휴가 기간을 계속 잊지 못하고 지금 자신의 삶에 불만을 가진다. 그러던 차에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했던 사회상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국가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의 사람들은 오직 나 하나만 살기에도 무척이나 벅찼던 시대였다. 2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실속을 챙기고자 하는 실리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모습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빈부의 격차는 날이 가면 갈 수록 커지고 있으며, 각 계층별로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항상 변신을 꿈꾸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물질 만능주의로 물든 주인공들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여겨지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내면에 있는 모습을 다소 과장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상류층의 삶을 누릴 수만 있다면 어떤 고생이라도 감내하겠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하기는 해도 이해는 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을 조렸다. 엄청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눈을 잡아끄는 매력은 충분히 있는 작품으로 마무리는 다소 미완의 느낌이 나지만, 그래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 슈태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전쟁 이후의 삶이 궁금한 독자들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작가가 그려내는,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풍부한 묘사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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