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국경을 넘다
이학준 지음 / 청년정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에서 탈북자의 위치란 그리 높지 않다. 60여년전만해도 한민족이었으나,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남북으로 나뉜 후에는 거의 남남처럼 살았다. 요즘 탈북자가 수천명을 넘고 있는 이 시기에 탈북자들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북한을 탈출하고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책 표지의 눈물을 꾹 참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었다. 진심이 담긴 그 표정에서 지금 탈북자들의 감정이 모두 실려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을 탈출하는 방법은 일단 강을 건너야 한다. 국경 수비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밀수꾼을 노릇을 대부분 하고 있어서 돈만 쥐어주면 안될일이 없다. 이것은 최근 북한의 내부 사정이 어떤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말 북한이 살기 좋은 곳이라면 왜 사람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도망치는 것일까. 분명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탈북은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불법으로 진행되는 일이라 취재하기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 이 책을 쓴 작가는 그들의 경험을 직접 공유하기 위해서 함께 강과 산을 건넜다. 탈북하는 사람들이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태국으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해야한다. 중국에서는 발견되는 즉시 북송되어 엄청난 고초를 겪는다고 한다.

 

크로스 미디어 형식으로 기획되어 책과 신문 기사로도 나왔고, 다큐멘터리로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그 동영상 중의 일부를 보았는데, 책과 영상의 감동은 역시 차이가 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단 나 같은 경우에는 책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실을 수 있어서 글자의 감동이 더 진한 것처럼 느껴졌다. 몰래 국경을 넘는 일이 분명히 불법이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서 국경을 넘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후에도 그들이 갈 길은 정말 멀었다. 특히 돈을 받고 팔려온 경우에는 중국 시골로 들어가서 농사일을 하고 씨받이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북한에서는 나름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일텐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인생을 송두리채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다.

 

탈북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책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물론 우리나라에 기존에 존재하는 극빈층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다온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바탕 마련은 제대로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또한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관계를 눈치보면서 먼 태국까지 가서야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 책이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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