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말하기, 온라인에서 여성인 척 하기를 실제로 해 보면 어떨까? 사실 실제로 해보기는 결과가 두렵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이런 일들을 자신이 직접 해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이전에 이미 '성경말씀대로 살아보기','백과사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를 주제로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은 그 후속작으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삶의 소소한 도전들을 실어놓았다. 아마도 저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견딜수가 없는 듯 하다. 또한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에 뭔가 끊임없이 책의 소재를 찾기도 해야하고 말이다.

 

이 책에는 무려 9가지의 도전을 한 계기와 그 과정들, 실험을 마치면서 느낀 점들을 소상히 적어놓았다. 이 모든 실험들을 한 번에 연달아서 한 것이 아니라, 예전에 한 것도 있고 최근에 도전한 것도 있어서 조금 편집의 손길은 가해졌다. 그래도 충분히 사실대로 적어놓아서 이미 대리 경험을 한 것마냥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여러가지 도전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이다. 인터넷으로 개인 비서를 두고, 하루에 6시간씩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고용비용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저렴한 인도 인력을 쓰는 터라 생각보다는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돈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 사람을 고용해서 쓸 때와 가격을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사장에게만 있는 비서가 누구에게나 고용될 수 있고, 그 비서는 인터넷 쇼핑부터 동화책 읽어주기, 스케줄 관리, 모닝콜 등 유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준다. 심지어는 아내와 다투었을 때 사과 편지도 대신 써준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어쩔 줄을 모를 때, 가끔씩은 나의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가상비서라니 너무 훌륭하다. 다만 나는 작가가 아니라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 회사 외부의 사람에게 회사일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작가의 경험담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또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이다. 상당히 솔직하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감정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가능해도 회사에서 그런 환경이 조성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하면 가끔씩은 일이 제대로 풀릴 때도 있고, 마음의 장벽이 없기 때문에 일단 본인이 무척 편해진다고 한다. 100% 실천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도 일단 최대한 솔직하게 주변 사람들을 대할 필요는 있겠다. 저자도 이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이 있기는 했다는데, 그 상황은 상당히 재미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꼭 실천해보고 싶었던 것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한 번에 동시의 일을 많이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든지,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비디오를 보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 효율은 분명히 떨어진다. 갑자기 몰려드는 회사일에 정신을 못차릴 때가 가끔 있는데, 이럴 때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딱 그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조금 집중력이 요즘에 떨어지는 터라, 쉽지 않기는 한데 그래도 이것만큼은 나도 못 할 것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너무 힘들어서 자신의 몸을 의자에 꽁꽁 묶어두고 몇 시간동안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실험들이 많이 실려있다. 물론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 말고도 도전해볼만한 일들이 많겠지만, 이런 실험을 직접 해보는 사람의 경험담을 읽는 것만으로도 일상탈출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잠깐 생각해볼만한 여지도 만들어준다. 우스꽝스러워보이지만, 우리 삶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본질을 되새겨보는 의미가 있는 행동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소설은 아니지만 정말 정신없이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이 모든 일이 가상의 소설이 아닌 실제라고 하니 왠지 더 친근감이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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