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를 안겨주는 그림같은 그 곳

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부탄에 푹 빠져들었다. 책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지만, 이 책은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자유로운 나라 미국에서 살다가 부탄인과 덜컥 결혼할 생각을 하다니, 그냥 생각해도 왠지 저자가 대단해보인다. 물론 사랑은 국경을 넘어서도 가능하다지만, 각종 문명의 이기를 모두 경험하고 나서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싸다는 이유로 살 때가 종종 있는 만큼, 집안에 온갖 물건이 가득 쌓여있다. 주기적으로 정리를 한다고 해도 계속 쌓여만 가는 물건들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올 때가 가끔 있다. 이런 물건을 살만한 여유가 되지 않는 외진 나라 부탄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한 가득 담겨있다.

 

세계에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혀지는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나름대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전화를 하기도 만만치 않다. 물론 지금은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일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모자란 생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삶의 소소한 재미를 좋아한다. 저자는 부탄의 전통 복장을 참 좋아해서 처음에 남편을 만났을 때 그 복장에 반했다고 하는데, 책에는 자세한 사진이 실려있지 않아 도무지 상상이 잘 안갔다. 책을 다 읽고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본과 중국의 의상과 조금 비슷한 느낌의 옷이었다. (관련자료 링크: http://blog.naver.com/kkhwang29/120098278854 ) 이런 옷을 입고다니는 것이 의무화되었다고 하니, 왠지 검소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부탄은 전통의상 뿐만이 아니라 생활하는 면에 있어서도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미국인과 결혼한 부탄인 남편이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곳곳에 있는 슈퍼마켓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지 않은가. 그로서는 모든 것이 신기했을 터이다. 사실 물질적인 환경만 보았을 때에는 너무나도 가난해서 별로 살고 싶지 않은 곳임에 분명한데, 사람들의 순진무구한 성품과 아름다운 자연이 사람들을 부탄을 신비의 나라로 여기게 만드는 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 국가가 분쟁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은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있다니 아이러니한 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산다면 아무 근심걱정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부탄에 가서 살 수는 없는 법.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행복의 진정한 의미와 안락함을 다시 생각해본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많은 물건을 가졌다고 해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세상의 모든 부자들은 근심 걱정이 없어야 하니 말이다. 과연 나의 행복의 필수조건을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도 나는 새로운 것을 만나고 도전하는 일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씩은 아무 긴장 없이 푹 퍼지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만, 항상 뭔가 할 것을 찾아다닌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나의 본성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의 행복 조건이 동일하지 않듯이, 나만의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만드는 것도 참 중요한 일이다. 마음이 어지럽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히말라야의 거대한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다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