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건축 진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건축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의 하나가 과연 '집'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답을 찾는 것이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요건으로 의식주를 꼽는만큼, 집은 인간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그런데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는가의 답은 사람마다 하나같이 다르다. 요즘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것 마냥 같은 평면을 가진 아파트가 도시에서 대유행을 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전원 주택도 조금씩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의 유형도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땅콩집'이라고 일반 직장인들도 충분히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한 집도 나와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집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건축 설계를 업으로 가지고 있는 저자가 그동안 건축을 하고 집을 지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한 권의 책으로 오롯이 묶은 글 모음이다. 사실 건축가란 생각을 많이 하고 자신의 이론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가면서 설계를 하는 직업이라 많은 건축가들이 입담과 글발이 좋다. 이 책을 지은 저자도 몇십년동안 건축 설계일을 해온 건축가라 자신만의 건축 철학과 경험담이 상당히 맛깔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 분이 지은 프로젝트 들을 보면 주로 전원 주택이 많은데, 자연과 어우려져 풍광을 해치지 않는 집이야 말로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이 아닐까 싶다. 사실 소설도 아니고 그냥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담하게 적은 글이라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이라든지 눈길을 확 끌만한 요소는 별로 없다. 하지만 건축을 공부하고 지금도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건축의 다른 분야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을 짓는구나 하는 신선함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집을 보는 색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결국 집은 집주인을 닮게된다. 겉모양이 똑같아보이는 아파트라도 내부를 들어가보면 집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참고로 우리집에 와 보면 모든 물건들이 일렬로 줄을 맞추어서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 가족이 모두 깔끔하게 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묻어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사람이 어떤 물건을 소유했는가에 따라서 성격과 생활 방식이 그대로 보이는 만큼, 집도 그런 성향을 따라간다. 건축가가 처음 설계를 시작하지만, 집주인의 요구를 이것저것 반영하다보면 결국에는 그 집은 집주인의 취향을 오롯이 반영한 작품이 나온다. 그런 경험담도 이 책 구석구석에 숨어있고,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좀 더 쉽게 건축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담담한 표지만큼이나 소박한 책 내용이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따뜻함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책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면 나의 생활이나 지금 마음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외모만큼이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잘 꾸며서 내면과 외면 모두 멋진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