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좋은 시간이야, 페르귄트
김영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참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페르귄트'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궁금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까치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길조로 평가받고 있는 까치를 의인화해서 나타난 소설로, 텃새인 까치가 자신의 의지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줄거리가 상당히 특이하다. 아무래도 새가 주인공인 소설이다보니, 주변 등장인물로 다른 새들도 참 많이 나온다. 덕분에 새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새는 날개가 있어서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철새 빼고는 같은 곳에서 머무는 새들이 많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새들을 보면서 인간과 많이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떠나는 자는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릴 용기가 있는 자이며, 그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배우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갑자기 여행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여행과정에서 수많은 새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내면의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와 환상이 결합되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좀 헷갈리는 부분도 많기는 한데,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소설책과는 다른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어서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많았다. 그냥 흔한 까치를 다룬 동화가 아니라 단지 주인공을 까치로 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내용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데 전혀 지루함이 없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무방하기는 한데, 이 책의 끝장을 덮을 쯤이면 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을 읽는 것을 정말 오랜만이라, 좀 더 신선하게 여겨지기도 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까치에게 각자 나름대로의 인생 철학을 전해주는 주변 인물들을 보면서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 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모두에게 공통된 삶의 의미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까치에게 이런 깨달음의 순간 뿐만이 아니라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되는 순간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나고 주변 사람들의 친철함으로 인해서 텃새인 까치가 철새들을 따라서 이동할 수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그리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까치가 그리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은 용기를 가지고 있는 자가 새로운 곳을 개척한다는 오래된 옛 말이 하나도 틀린 점은 없어 보인다.

 

그냥 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넘겨버리기에는 좀 아까운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평범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특히 위안을 줄 수 있을만한 소설로,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좋을 법한 작품이다. 이 책을 쓴 작가가 책 하나를 쓰기 위해 상당한 자료 조사를 했음이 분명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더라도 나중에는 마음속에 묵직한 무엇인가가 남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소설에 질린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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