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5년 사이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이제는 인터넷이 없으면 생활이 힘들정도로 보편화가 되었다. 인터넷에는 왠만한 정보는 다 올라와있고, 따로 기억할 필요도 없이 그냥 검색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가 있다. 구글 이전에도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웹사이트는 여럿 있었으나, 사이트 운영자의 입맛에 맞게 편집되어 있는 디자인과 충분하지 못한 검색 결과는 구글이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 좀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당초에는 정보 제공자가 서비스 제공자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정보를 올리고 생산하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대대적인 유행이다. 다른 사업자들도 이와 비슷한 모델로 사이트를 운영하려고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들을 대체할만한 매체는 없는 듯 하다. 매 순간마다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서 과연 우리는 100년 전의 사람들보다 더 스마트하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스마트' 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메일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컴퓨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판을 이용해 글을 쓴다. 문명의 발전이 과연 지식의 발전까지 이루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컴퓨터 뿐만이 아니라 경영학, 생물학까지 광범위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폭은 상당히 넓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비롯한 현상만 다룰 줄 알았더니, 어떻게 해서 우리의 뇌가 활동하고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굉장히 세밀하게 다루고 있는 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예시로 들고 있는 다양한 실험에서 인간은 인터넷을 통해 뇌가 더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단순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단순히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의 기억 보조 장치로 이용을 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컴퓨터로 메일 확인을 하고 링크를 따라가는 일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전통적인 방식의 깊이있는 독서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나와 같이 매일같이 책을 읽는 사람도 가끔 책을 읽을 때 스캔하듯이 책을 읽곤 한다. 물론 내용을 다 기억하기는 하지만, 왜 그럴까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면서 읽는 것은 예전보다 확실히 어려워진 것을 느낀다. 왠만한 문제들은 인터넷에서 찾으면 해답이 있는데 굳이 내가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다가 이 책을 통해서 과학적인 증명과 함께 그 내용을 알게되니 갑자기 인터넷이 무서워진다. 어떤 자극을 일정하게 받으면 뇌는 그 쪽 방향으로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기에 인터넷을 별로 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훈련을 통해서 그 쪽으로 발달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인터넷에 많이 노출이 되면 뇌가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깊이 사고하는 능력이 감소되는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이 책에서는 이런 현상을 상당히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 어떻게 해야한다고 가이드를 주지는 않는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문명의 이기는 어떻게 활용할지는 순전히 개인의 판단에 달렸다. 일단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 이것들과 완전히 차단하고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분명히 편리한 점도 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용시간이나 패턴에 대해서 조금 타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업무용이나 친목 도모용으로 인터넷 검색과 스마트 폰을 이용하되,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은 온전히 사색을 하기 위한 시간으로 비워두는 것이다. 이 시간에는 절대로 스마트폰을 확인해서도 안 되고, 인터넷을 해서도 안 된다. 아마 이 시간에 가장 유용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독서가 아닐까 싶다. 깊이있는 독서는 사람의 사고력 증진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나의 뇌가 퇴화하고 있다는 두려움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으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지만, 나는 이왕이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종이책을 추천한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 종이의 질감과 그 책에 실려있는 내용들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점차 자신의 생각이 줄어들고 있는 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훌륭한 책이다. 성격이 급해지고 항상 바빠진 것도 문명의 발전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고, 가끔씩은 쉬어가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현명하게 컴퓨터를 이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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