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
함길수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참으로 멋진 제목의 책이 나왔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유유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세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풍족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그를 위해서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그냥 자신의 몸뚱이 하나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과 동일하다. 표지를 보면 아주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마치 어서 길을 떠나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아무튼 굉장히 낭만적인 책이라 사실은 어떤 여행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조금은 기대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에 약간 실망을 했다. 아마도 여행을 하면서 멋진 사진을 찍는 것은 하나의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여행한 곳의 풍광을 가능하면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찍혀지는 사진은 무궁무진하게 달라진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생생하고 표정이 담겨있다. 아마도 작가가 사람 사는 모습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대부분의 사진이 풍경보다는 인물사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것도 아주 천진난만한 표정의 순수한 사람들의 클로즈업된 얼굴 사진은 좀처럼 보기 힘들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준 높은 사진에 비해 책에 함께 실린 글은 상당히 짧다. 간단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는 했으나, 그 공간에 함께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이 되기란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굉장히 험한 지역으로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고생담을 좀 들을 수 있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작가의 눈에 비친 그 곳의 모습은 언제나 행복한 원더랜드로 보였나보다. 물론 가진 것이 너무나도 많은 우리들에 비해 적은 것을 가지고도 충분히 만족하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겠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그 곳은 아직 기술적으로 많이 낙후된 곳이기도 하다. 정말 잠시 머물러가는 여행자의 눈으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고 온 작가의 글에서 큰 감동을 받기는 어려웠다. 오지에서 자동차여행을 하다보면 어려운 일도 많았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별로 실려있지 않아서 그냥 꿈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찍은 여행지의 사진들이다. 비록 우리와 피부색깔은 다르지만, 순수한 영혼과 표정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표정에서 그 당시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아주 생생한 컬러 사진과 질 좋은 종이는 사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의 색깔은 아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의 사진들을 잔뜩 보고나니 마치 그 곳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아무튼 글의 내용은 다소 부실하지만, 풍부한 사진이 그 단점을 보완해주고 있다. 오지의 자연 모습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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