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줌마의 잉글리쉬 생활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어릴 때 런던에 가본적이 있다. 런던에 있는 친척 방문을 핑계삼아 여행을 하러 간 것이었는데, 그 때 내가 받은 영국 런던의 느낌은 상당히 음울하고 어두우면서도 활기가 느껴지는 묘한 곳이었다. 2주 정도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직도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영국의 모습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니, 아무래도 인상이 깊기는 상당히 깊었나 보다. 그런데 영국에서 수학선생님으로 살고 있는 분이 계시다고 하니 왠지 신기한 느낌이 마구마구 든다. 이전에도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이 무려 두번째라고 한다. 이전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의 분위기로 봐서는 그 책도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력을 잠깐 살펴보자면 통번역사 공부를 하다가 회사에 취직하여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영국으로 이사가서 그 곳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수학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무덤덤한 남편과 예쁜 아들과 함께 런던 근교에서 살고 있다. 아마도 이런 인생 이야기는 지난 책에 다 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지만, 이 책 하나만 읽어도 대충의 지금까지 인생 맥락은 이해된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교육환경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는 그녀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기 때문에 조금 생소한 면도 여럿 있는 듯 하다. 그런 생활 에피소드들을 모아서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주로 영국에서 수학선생님을 하고 있는 그녀가 런던에서 살면서 겪는 일들을 에피소드 별로 모아서 엮어낸 이야기 책이다. 다만 모두 한글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에서 중요한 대목은 우리나라 말과 함께 영어로 번역을 해놓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어감과 영어의 어감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영국식 문화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들과 기본적인 문법 사항들도 중간중간에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과 함께 영어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정작 실천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영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왠지 영국이라고 하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서 배타적일 것 같은데, 적어도 런던 아줌마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학교에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도 진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수업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도 많이 알리는 모습을 보며 왠지 조금은 자랑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소설책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체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감동이 있다. 처음에는 표지에 나온 그림과 말들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모두다 이해되는 문구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중요한 문장들로만 표지를 꾸며놓았다. 조금은 장난스러우면서도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있는 표지 디자인만 봐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스타일이 정확하게 파악된다. 아무래도 학교 선생님이다보니 읽는 독자들에게도 공부가 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자 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영어를 쓰는 국가들을 많지만, 각 지역별로 쓰는 단어나 발음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미국 스타일로, 처음에 영국식 영어를 접하면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든다. 그런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런던에서 주로 쓰이는 영어들에 대한 이야기도 여기저기 들어 있어서 영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도 꽤 도움이 되었다.

 

진짜 런던에서 한국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이 책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내가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외국에서 열심히 사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