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베이커 자서전 : 성장
러셀 베이커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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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자서전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다. 솔직히 '러셀 베이커'라는 이름은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유명한 언론인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나이가 들었고 미국 관련 언론인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는지라 약간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비록 번역본으로 읽기는 했어도 이 책에는 진실과 유머가 뒤섞여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누구나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물론 이 책을 다 읽고난 나도 이 책의 솔직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굉장히 무덤덤하게 디자인 된 표지가 그리 특별해보이지는 않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그리 무미건조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이보다 생생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찾으려고 해도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이야기가 저자가 직접 겪은 실화라는 사실이다. 덕분에 저자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년은 매우 길었던 미국의 대공황 시대를 유년기로 보냈다. 그 시대는 누구나 어려웠고 살기 힘들었다.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그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악착같이 일하고, 자신의 아들을 공부시킴으로서 신분 상승하고자 노력했다. 어머니의 그런 노력은 결실을 거두어 마침내 아들은 미국에서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사업에도 소질이 없고, 운동에도 그닥 소질이 없던 주인공은 일찍부터 자신이 가진 재능이 글쓰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본 어머니의 무한한 관심 덕분이었다. 그런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갈고 닦은 결과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고, 재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미국의 유명한 언론인이 되었다. 사실은 나도 어릴 때 꿈이 작가였던 만큼, 어린 주인공에게 참 많은 공감과 감정이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 어머니의 무한한 지원과 관심, 그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모습은 이 책의 주인공과도 참 많이 닮았다.

 

무조건 어머니의 말을 잘 들을 것만 같았던 주인공에게도 반항의 시절이 있었다. 첫번째는 양아버지를 인정하는 일이었고, 두번째는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일이었다. 양아버지 문제는 사춘기라면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사건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남자보다 여자 동생인 도리스가 좀 더 적응과 이해를 잘 했는데, 아무튼 새로운 가장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게다. 그리고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처음에 참 많은 방황을 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자신과 잘 어울리는 좋은 부인을 만난 것 같다.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행동, 마음 됨됨이가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그런 솔직함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미국의 대공황이라는 어려운 상황이 없었다면, 그리고 미국이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주인공의 운명도 참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운명은 자신이 의도한 바와 상관없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이 때 자신의 신념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그 물결에 휩쓸려 방황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 때마다 자신의 중심을 잡은 덕택에 지금은 저명한 유명인사가 되었다. 20대 후반은 제 2의 사춘기라고 할 만큼 굉장히 마음이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시기이다. 그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에서 벗어나 밥벌이의 어려움을 처음 겪게 되고,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꽤나 시기적절한 타이밍인 듯 하다. 이 책은 뭐든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멋진 책이기 때문이다. 정말 잘 쓰여진 성장기에 관한 자서전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라고 주저없이 말하겠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던지 이 책은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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