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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어쩜 이렇게 기막힌 일이 있을까? 한 남자가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나. 게다가 그 나이는 무려 10살씩이나 차이가 난다. 소설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내 주변에 이런 우유부단한 남자가 있으면 단번에 엉덩이를 빵 차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재미있는 칙릿 소설을 쓰는 여성작가 3인이 모여서 멋진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한 사람이 다 써도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무려 3명의 개성을 엿볼 수 있어서 상당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각자 3명의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각 나이대마다 그 나이의 여성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이 오롯이 녹아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여성들은 아마 절대적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에 공감이 갈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어린아이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그 사람들의 속내를 알고 나니 충분히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설정이다. 물론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멋진 여성들이 된 모습덕분에 이 책의 마지막을 덮을 때는 왠지 모르게 뿌듯하면서도 아쉬웠다. 여기에서는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사랑에 당당하고 자신있는 19가 왠지 부러워졌다. 내가 아무리 그 때라고 해도 저정도로 자유분방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대학이라는 문을 처음 들어가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버리하게 보낸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더 자신있게, 이것저것 해보아도 좋았을 나이였는데, 지금은 직장이라는 틀 때문에 완전히 자유롭게 행동하기는 어려워서.. 그저 아쉽기만 하다. 물론 29와 39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겪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에 약간은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러나 저러나 요즘에 사랑에 죽자사자 목메는 여자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신체적인 조건과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남자보다는 약간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요즘 많이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의 시선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나름대로 개방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정작 혼외 임신을 했다고 하면 사정없이 비난할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회적인 인식과 요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담아서 써낸 이 책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정도로 매력적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직장에서 쉬는 시간에 책을 본 것 같다. 사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45분 공부하고 10분 휴식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다. 딱히 정해진 쉬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다. 그래서 휴식의 의미를 되새겨볼만한 기회가 마땅치 않은데,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읽는 책 맛은 가히 꿀맛이었다. 그정도로 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을만큼 매력적인 책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이미 19살은 지난지 오래고... 이제 29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39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요즘에 워낙 시간이 빨리 흐르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29살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공감갔다. 그래도 이 주인공은 바람피우는 남자라도 있는데,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남자친구 하나 없으니 좀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앞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경험들을 하다보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