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주문 신부
마크 칼레스니코 지음, 문형란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우편으로 주문해서 받는 신부라니, 무슨 농촌 청년 이야기도 아니고 캐나다인이 그리고 지은 만화이야기이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참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붓으로 슥슥 그린 것 같으면서도 어디론가 날어가는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사실은 이 책이 만화책이라는 사실도 책을 펼쳐보고서야 알았다. 책 표지에는 만화책이라고 특별히 명시된 글이 없어서 말이다. 물론 좀 더 꼼꼼히 봤더라면 금방 알았겠지만, 워낙 덜렁대는 성격이라 특이한 주제라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캐나다인 작가가 그린,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이다. 만화와 공상 속에서만 사는 캐나다인 남편이 한국인 신부를 카탈로그를 통해 주문을 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액자형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해관계만을 채우기 위해 결혼을 한다는 것이 구식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십여년 전만해도 해외로 나가는 것을 큰 일로 생각했던 터이니, 서방 제품을 보면서 부러움만 가득했던 우리나라 사정을 생각해보면 미국이나 캐나다인과 결혼을 하면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의 농촌 총각들이 결혼할 사람이 없어서 동남아 여인들을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로 결혼을 선뜻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인 남자는 많은 동양 여자들 중에 한국 여자를 골랐다. 보통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동양 여자란 사근사근하고 귀여우며, 남편 말이라면 무조건 들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가보다. 이 캐나다인 남자도 당연히 그러한 여자를 기대했었는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자신과 결혼한 한국 여자는 자기 주장이 무척 세고 자유를 꿈꾸는 그런 현대적인 성향의 여자였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되고 만다. 한 평생을 함께 산 가족도 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우기 일쑤인데, 30여년을 따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함께 살게 되는 부부라는 관계는 어떻겠는가.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말이 참으로 씁쓸했다. 서로 조금만 양보를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솔직히 한국 여자가 조금은 과한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이라도 결국은 자신이 한 선택이고 이미 선택을 했다면 자신이 다른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서로 맞춰 주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끝까지 가려다가 결국은 마지막에 가서 좌절하고 만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슬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캐나다인 남편도 언제까지나 유아기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조금은 남자로 성장했다면 먼 길을 온 신부가 다른 마음을 먹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본 만화처럼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나 펜터치는 아니지만, 이 책을 그린 작가는 그리 공들인 펜터치가 아니더라도 독자들에게 상당히 호소력있는 그림체와 이야기를 통해 흡입력이 강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일반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많이 접했던 일본 만화와 차이점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웃음이 마구 터지고 폭소를 참을 수 없는 코믹 작품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이민과 결혼,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실제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은 점 하나. 결혼은 절대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모든 것을 면밀히 살펴본 후에 정말 같이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만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조건이 좋다고 해도 안 맞는 사람은 끝까지 안 맞으며 결국 그 결혼생활은 파탄이 날 수 밖에 없다. 외국으로 이민을 간 우리나라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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