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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인도라는 곳은 항상 신비로운 나라였다. 부처님이 태어나시고 자란 곳,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그 곳에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로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그곳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냥 그렇게 천진난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곳도 물론 사람이 사는 곳이었나보다. 어린 소녀에게 참으로 못할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소설로 실화가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에 기초해서 쓰여진 이야기라도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은 15세의 소녀가 어떻게 창녀가 되고 생을 마감했는지 생생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바툭이라는 소녀의 눈으로 쓰여져있다.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를 배우게 된 후로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 답답한 생활에서 하나의 배출구가 되었다. 아직 정확한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을 팔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익숙하게 되었기 때문일지 주인공 자신은 자신이 그토록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몸 때문에 자신이 먹고 살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글쓰기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하고, 그냥 상상으로만 하고 있던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역할도 한다. 어떻게 봐도 희망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바툭이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을 글쓰기의 힘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 때는 글을 씀으로서 현실을 도피하고 자신에게 아름다운 생각만 가득 함으로써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툭이 묘사하는 남자들은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고자 하는 남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살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주는 그런 소녀이다. 아직 제대로 여물지도 않은 어린아이인데, 그냥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암울한 상황속에서도 그녀이 글에서는 그늘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작은 희망마저 느껴진다.

 

책 표지를 보면 어린 소녀가 세상모르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좁은 방안에 잠들어 있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방은 화장실 만큼이나 좁고 바깥으로 이어진 통로는 손님이 들어오는 방문과 하늘이 약간 보이는 쇠창살이 달린 창문 하나 뿐이다. 그럼에도 환상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꿈은 안개처럼 희미하면서도 달콤하다.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웃고 울고 절망하고 희망하기를 반복했다. 그저 순수하기만 한 그녀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냥 소설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쉽게 눈이 감겨지지 않는다. 인간이기를 이미 거부한 사람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 세상에는 바툭과 같은 소녀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바툭처럼 글을 쓸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매매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더이상은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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