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 2000년을 이어온 작업의 정석
오비디우스 지음, 김원익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대한 자기계발서도 서점에 보면 상당히 많이 나와있다. 사랑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할지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우연치않은 기회에 이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어보았는데,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에라도 이성친구가 생길 것 같고, 이대로만 한다면 인기인이 되는 것은 거의 시간문제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굉장히 잘 쓰여져있다. 현대의 연애 방법이나 기술은 주변에서도 많이 보고 들을 수있으니 사실은 그리 색다른 주제도 아니다. 하지만 2000여년 전에 로마인들이 즐겨 읽었던 연애서적이라면 어떨까? 넒은 제국의 풍요로움만큼이나 사람들의 문화도 풍성했던 로마시대에는 연애도 상당히 발달을 했었다. 다들 아는 밀리언 셀러인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하여 로마에 관련된 서적 또한 이미 시중에 상당수 나와있다. 하지만 그 시대의 본격적인 연애서적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오비디우스라는 사람은 로마시대의 최고 시인으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그의 시를 익숙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러한 그가 시 뿐만이 아니라 연애서까지 썼다는 사실은 수긍이 가면서도 나름대로 신선하다. 연애 기술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고대에 나왔던 총 4권의 서적이 한데 모아져 있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기술''사랑의 치유'라는 큰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의 첫 머리에는 간단하게 작가와 저서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로마시대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책 표지를 보면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사진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있는데, 책 내용 구석구석에도 이러한 작품들의 컬러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읽는 즐거움까지 함께 누릴 수 있다. 사실 글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조금 지루했을 수도 있는 내용인데, 사실감이 넘치는 명화들과 함께 읽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한층 풍부한 그 시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그림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그림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그림에 얽힌 신화까지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그림을 이해하는데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자세하다보니 계속 글을 읽어나가는데 흐름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오비디우스의 글을 읽다가 옆에 있는 그림을 보면 또 그 아래에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안 읽고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설명을 읽다보면 방금까지 읽었던 오비디우스의 글을 다시 되새겨보아야 하는 일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일어났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해당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그리 불평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 본다.

 

실제 오비디우스가 쓴 사랑의 기술에 대한 내용을 보면 오늘날에도 상당수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정확하고 세심하게 묘사를 해놓았다. 아무래도 로마 시대에는 유부녀와 정을 통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현상이다보니 그런 내용들이 많이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연애의 법칙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구들이 꽤나 많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남자들에게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처음에는 어떤 것이든 다 들어주라고 되어 있는 점이었다. 과거만 해도 여성들을 상당히 보호하려는 관습이 있었는데, 남녀평등 사회가 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많이 없어진 것 같아서 아주 약간은 아쉽기도 하다. 사랑에 대한 낭만이나 로맨스가 시들해졌다는 느낌이다.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조심해야할 남성상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겉모습만을 신경쓰는 남자는 알맹이가 없으니 멀리하라는 점이나 그 외 신체적인 특징에 대해 묘사한 것도 인상적이다. 바람을 피우는 이성에게는 모른척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도 있고, 실연을 한 사람들은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등등 현대에 적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런 내용들을 읽어보면 오비디우스는 남녀의 감정에 대해 상당히 핵심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책의 내용이 신화에 비유를 많이 해서 연애 기술 외에도 신화에 대한 상식도 풍부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현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는 것도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로마시대의 연애 방법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적극적으로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외에도 로마시대의 문화, 예술에 대해서도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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