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렵다. 내용이 까다롭고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역본이기 때문에 역자가 여간 꼼꼼하게 번역을 하지 않으면 읽는 독자는 도대체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종잡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 책도 실제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쓰여진 책이고 정치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책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매체 등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요즘 상당히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라와있는 듯 하다. 대중들은 왜 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그만큼 대중들이 사회의 진정한 정의에 대해 목말라 있다는 것을 대변할만한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정의의 칼을 휘둘러야 할 검찰이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 정치인들의 공공연한 비리들은 시민들을 정말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정의에 대해 다시금 재정립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에 대한 대중의 지적인 욕구에 대해 마이클 샌델 교수는 아주 오래전 아테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서부터 현대 정의에 대한 논쟁까지 다루는 분야는 굉장히 방대하고 체계적이다.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다. 그래서 개인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그만큼 빈부의 격차가 큰 곳이기도 하다. 모든 부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어느 정도 이상의 부가 차이나게 되면 그 게임은 더이상 공정하게 진행될 수가 없다. 부가 더 큰 부를 낳듯이, 그로 인해 가난한 계급에 속하게 된 사람은 상위 계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말 엄청난 행운이 있지 않는 이상, 대대로 내려오는 부자를 이길 수는 없다. 그래서 효과는 미미하나, 미국에서도 조금씩 공공선에 대한 의식이 깨어나고 있는 듯 하기는 하다.

 

세계의 지성들이 모이는 하버드에서 샌델 교수는 과감하게 학생들에게 그들이 순전히 자신의 실력으로만 학교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말한다. 대학은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며,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타고난 운에 의해서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실을 통해 학생들의 지나친 자만심을 일깨우고자 하며, 진정한 정의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과연 정의를 한마디로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말이 있을지 고민해보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상황을 같은 저울에 놓고 정의를 판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상황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모든 사람이 100% 공감하는 상황을 만들기란 절대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꽤나 난해하다. 철학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기존 대가들의 철학 사상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문제에 적용되어 해석될 수 있는지 양상을 보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겠지만, 나처럼 대중 소설에나 관심있던 독자라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몰라서 우왕좌왕 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두께도 상당히 두꺼워서 그저 읽어내려가는 일만도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이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냈다는 그런 뿌듯함이 그간의 어려움을 모두 날려주어서 굉장히 기쁘다. 책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시대의 지성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한 번 더 통독을 한다면 그 때는 어느 정도 이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책보다는 실제 강의가 더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이 책으로나마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 사회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