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 헬로우 Mr. 랭귀지 1881 함께 읽는 교양 5
에리카 오크런트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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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매일 언어를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장애가 있어서 제대로 된 언어를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사용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들이 존재한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명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언어만큼 간편한 것이 없다. 한국에 한 때 선풍적으로 불었던 영어 조기 교육은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조금은 잠잠해진 듯 하다. 아무튼 멀쩡한 한국어를 놔 두고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엄마들을 보면 차라리 한국이 영어권 국가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예전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줄 알고, 워낙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그리 영어 점수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무튼 이렇게 영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면 우리 나라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1.5개 국어를 하는 문화적인 국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언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영어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국제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이 빠른 속도로 세계 경제를 장악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아는 것이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분간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위치가 하락할 염려는 크게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를 쓰고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영어도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로 그 기원을 명확하게 추적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영어가 세계를 장악하기 이전에 세계어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언어들의 불합리성과 문화 교류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각 나라의 사람들이 편하게 배워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선구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들은 어느 한 나라의 언어를 국제어로 정하기에는 불평등하다는 생각에서 모든 언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모아서 좀 더 보편적인 공통어를 만들고자 했다. 사실 그 목적과 방법은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모두 다르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발명가의 열망은 똑같았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 책을 읽기 전가지 내가 알고 있는 인공어라고는 '에스페란토 어'밖에 알지 못했었다. 이것도 대학교에 들어와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에 에스페란토어 동아리가 있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동아리방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그 동아리의 문 앞도 지나간 적이 있어서 그 존재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맨 처음 봤을 때에는 굉장히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에스페란토 어 외에도 많은 인공어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인공어의 탄생과 소멸을 이야기하고 있다. 표지에는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있을 듯 한 문구들로 가득하지만, 사실 내용의 본질을 따지고 보면 인공어의 역사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이다. 수많은 인공어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고 그 중에서도 비교적 자료가 많이 남아있고 인공어의 역사에서 나름대로 기념비적인 흔적을 남긴 언어들을 위주로 서술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저자가 실제로 공부한 언어도 여럿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 언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에스페란토 어나 클링온은 사람들이 모여서 매년 행사도 개최한다고 하니 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 적지는 않은가보다. 그리고 자신이 발명한 언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과학자고 있었다고 하는데, 언어의 물리적인 특성상 일단 세상에 공표를 하고 나면 조금만 바꾸어도 다른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으니 한 사람에게 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 소유권을 주장한 과학자도 결국에는 패소하여 그리 좋은 결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언어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던 독자라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인공어라는 개념에 대해서 낯선 독자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읽어두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책 뒤에는 풍부한 참고 문헌이 실려있으니 언어적으로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웹사이트나 해당 원서를 직접 찾아서 읽어봐도 좋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나서 지금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는 독서경험이었다. 앞으로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질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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