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동이'로 인해 최숙빈이 역사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사실 최숙빈은 기록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서 재조명을 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실록의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학자의 상상력이 약간은 가미되어야 일반인들이 이해할만한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숙종이 굉장히 유머스러운 에피소드와 성정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실제 역사서에 남아있는 기록에 의하면 숙종 때 환국을 여러번 겪었을 만큼 왕권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왕이었다. 신하들의 권력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던 상황에서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았던 숙종은 조선의 역사상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뼛속까지 왕이라는 생각이 잔뜩 깃들여있는 진정한 왕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만큼 그리 인간적이지만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왕권을 휘두르기까지는 내심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을 테지만, 실제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그리 많지 않다. 실록이 정사를 다루는 기록이라면, 드라마에서는 정사보다는 야사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그 내용을 100% 믿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역사를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나도 드라마를 통해 이 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최숙빈의 이야기보다는 숙종 시대의 정치사에 대해서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서술하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인 실록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의견은 되도록이면 배제하고, 독자들에게 극히 사실로 드러난 이야기만을 전달한다. 사실 역사의 해석에 있어서 무리한 추측은 역사의 왜곡을 불러올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 무거운 이야기로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어투로 가능하면 독자들에게 역사를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기는 했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대부분 그렇듯이 굉장히 딱딱하고 중요한 사건들 위주로 기억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지루함이 전혀 없다. 숙종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피바람이 불었던 숙종 시대의 논리를 조금은 자세히 이해하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제목이 '최숙빈'의 조선사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이 책에서 최숙빈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은 1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숙종의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있다. 숙종이 왕권강화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 그 영향이 후대인 경종과 영조에게 어떤 파장을 주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원래 숙종의 이야기를 썼다가 최근 드라마의 영향으로 급하게 책 제목을 최숙빈의 이름을 끼워넣은 것은 아닌지 심하게 의심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해도 책 내용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가볍게 역사를 설명하고 있어서 그런 아쉬움이 다소 줄어들기는 한다. 혹시라도 드라마 동이로 인해 최숙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책 제목 검색을 해보니 최숙빈에 대해 다룬 다른 책도 나와있으니 그 책을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 책은 숙종 때의 역사적인 흐름을 더 정확하게 알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최고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역사서에 나온 숙종의 인간적인 면과 왕권 강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 상세히 쓰여있으니 정통 역사에 대해 쉽게 쓰여진 책이라 역사 입문서로 적합하다. 책의 편집도 읽기 쉽게 되어 있으니 생각보다 술술 넘어간다. 조선 후기 숙종 시대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