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쇼핑을 무척 즐겨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쇼핑의 즐거움은 더더욱 늘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샀어야 하던 시절에는 정말 시간이 없어서 물건을 제대로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면서 쇼핑의 양상은 조금 달라졌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과 카드만 있다면 물건을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요즘 오프라인 마케팅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마케팅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오프라인이 아니라 인터넷에서만 장사를 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밖에서 뭔가 물건을 고르는 행위를 귀찮아 하는 나에게는 인터넷 쇼핑이 상당 부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저렴하게 여러 물건을 구입하는 기회도 생겼다. 그런데 굿바이 쇼핑에서 저자는 1년동안 이런 구매행위들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물건 사는 일을 중단하게 된 것일까? 물건 사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는 어떻게 하면 물건을 사지 않고 살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상당히 두께가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소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경기 침체로 어떤 기념일이라고 해서 소비 심리가 불같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주간을 전후해서 대대적인 소비 의식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백화점에서도 특별 세일이 계속되고, 소비자들은 선물이라는 명목아래 여러가지 물건들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한 소비를 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문득 이 물건들이 모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빠진다. 그래서 급기야는 1년동안 생필품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을 선언하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필품'의 정의란 조금 모호한 것 같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생필품'인데, 그렇다면 와인은 생필품일까? 와인 애호가에게는 생필품일 수도 있다. 아무튼 어떤 것을 사고, 어떤 것을 사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 조차도 그리 쉽지는 않다는 말이다. 사실 내 경우에도 만약에 이런 실험을 하게 된다면 정말 먹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일단 입는 것도 1년은 충분히 번갈아 가면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갖추고 있고, 읽을 책도 넉넉하게 갖추고 있으니 먹는데만 지장이 없다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뭔가를 사들인다. 단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특가라는 이유만으로 사는 것도 꽤 되고, 갑자기 필이 꽂혀서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나마 비싼 것보다는 싼 것을 사는 편이라 가계에 큰 부담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것들이 모이면 금액이 꽤 되는 듯 하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의 소비 행태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무조건 싸다고 사들일 것이 아니라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산 물품들은 언제 쓰일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재어놓는 경우가 꽤 된다. 자신만의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이것은 사실 나의 경험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사실이다.

 

영화를 보는 것도 선택사항으로 하고, 외식도 선택사항으로 제한해놓은 저자는 이제 공짜로 문화 생활을 즐기는 법을 강구하게 된다. 책은 공공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문화생활은 시에서 지원하는 공연을 찾아서 본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돈을 내는 사람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게 되어있다. 돈을 내지 않으면 그 어떤 혜택도 받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문화적인 충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당히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회들이 좀 더 많이 제공되므로 1년동안 생필품만 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미국보다는 쉬울 듯 하다. 미국보다는 조금더 공공적인 부분이 강화된 것이 우리나라 제도 이기 때문에 공짜로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더 많은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자본주의를 따라는 경향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공공 서비스를 찾아보기 그리 어렵지 않다. 극도로 자본주의로 진행되는 것보다는 공공 서비스 강화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나서 어떤 물건을 사기 전에 이 물품이 나에게 꼭 필요한 물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습관이 들었다. 내가 이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2개월 안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곰곰히 따져보고, 이미 사 놓은 물품이 너무 많거나 비슷한 물건이 있으면 장바구니에서 조용히 빼버린다. 약간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습관이 들은 것 같아서 왠지 뿌듯하다. 무조건 비싼 것보다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 더 좋고, 싸다고 막 쟁여놓으면 나중에는 짐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품 중에서도 나에게 더이상 필요없는 물품이 있다면 사회단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증을 하는 것도 똑똑한 소비를 하는 한 방법이 된다. 요즘에는 벼룩시장이 여러모로 활성화되어 가는 추세이므로 조금만 찾아본다면 중고 물품을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야외에서 하는 벼룩시장도 참여해볼까 싶다. 무조건 물건을 집에 쟁여두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순환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더 훌륭한 소비자가 아닐까 싶다. 내가 너무나도 많은 물품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