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김미리.최보윤 지음, 이덕훈 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은근히 없을 것이다. 나도 사실은 이 책을 보고 디자인 수도라는 것에 대해서 새삼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매년마다 공모를 거쳐서 디자인 수도를 선정하는 것 같은데, 올해는 바로 서울이 세계의 디자인 수도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정비 사업이 소소하게 눈에 많이 띄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의미로 하고 있는 사업인지는 몰랐는데, 아마도 디자인 수도라서 이런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디자인이 새삼스레 각광받고 있는 요즘, 세계의 다른 나라 도시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도시를 정비하고 있을지 살짝 궁금해졌다. 이러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사람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자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라는 책이 나오게 되었다. 세계에는 많은 예쁜 도시들이 있지만, 정책적으로 디자인을 도시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는 도시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풍부한 사진과 함께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낸 이 책은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편집이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는 책 표지 디자인은 이 책의 내용을 단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데 평범함 속에서 특이함을 추구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많은 도시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도시는 프랑스 파리 이다. 뭐,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도시 건축물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점이 우리나라 서울과 흡사해보였다. 프랑스는 이미 옛날에 대대적으로 도시 정비를 하여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 도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다시 정비 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물론 서울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파리처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 것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전통적인 우리의 미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더 중요한 관점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도시들을 보면 하나같이 옛 것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 사회의 발전에 있어서 조금 흉물스러운 것이라고 해도 역사의 한 자락으로 인식을 하고 그마저도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존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도시에는 양파 껍질이 쌓이듯이 한꺼풀씩 사람들의 손때가 쌓여간다. 미국에서는 거의 반쯤은 부서진 다리를 도시 녹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좁은 땅에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래 공간 및 위의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다리위의 옥상정원이라니, 정말 낭만적이고 실용적인 생각이다. 청계천 복구와 같은 방법도 가능하겠지만, 기존의 다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래쪽을 개발하는 방법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기존의 건축물을 그대로 살리면서 개보수를 하는 방법은 사실 신축보다 어떤면에서는 비용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들이밀기 식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다시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서 들어가는 자재와 노력만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환경보존이나 자원 절약의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리모델링이 미래에는 권장할만한 건축 방법이다. 건물 하나를 지을 때 장인 정신으로 설계하고 시공을 한다면 정말 몇백년이 지나도 후손들이 보존하고자 하는 건물이 차츰 많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집장사 집보다는 하나를 짓더라도 사람의 혼이 담긴 건물이 진정한 디자인 서울을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도시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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