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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뇌 - 여자의 뇌를 자극하는 화장의 비밀
모기 겐이치로 & 온조 아야코 지음. 이근아 옮김 / 김영사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현대를 사는 요즘 여성들에게 화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여성의 나이 25살이 넘으면 사회적인 예의를 위해서라도 화장을 해야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내가 어릴 적에는 그냥 듣고 넘겼었다. 왜 여성들에게만 화장을 강요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그 나이를 넘은 나는 가벼운 화장이라도 하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화장에 중독되어 있다. 화장이라는 것이 아예 시작을 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화장한 얼굴이 사회적인 얼굴이 되어 버려서 밖에서는 화장한 얼굴이 본래 내 모습인 양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화장을 시작한 사람들은 이제 평생 끊을 수 없는 화장의 중독에 빠지게 된다. 요즘에는 여성들 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화장의 대열에 합류하는 현상이 생겼다. 예전에는 남자들이 화장하는 것은 연예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인 줄 알았더니, 평범한 남자들도 거리낌없이 화장을 하고 다닌다. 여성의 경우처럼 아이섀도우까지 바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도 기본적인 바탕 피부화장은 챙기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을 보면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가진 것은 비단 여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뭔가 화장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화장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뇌가 인지하는 반응이라든지, 사회적인 심리 현상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서 실어놓았다. 사실 예쁘게 화장하는 법 같은 것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데이터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따라해도 화장의 천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화장이라는 행위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무척이나 드물다. 나는 그러한 주제의 책을 이 책 한 권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상당히 희귀한 수준의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의 외모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외모를 가꾼다고 해서 내면이 부실해진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외모를 가꾸는 행위를 통해서 내면 또한 자신감을 얻게 되고, 이러한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받쳐준다. 따라서 외모에 필요이상의 시간을 쏟지 않는 이상, 외모를 가꾸는 행위 자체는 현대인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말이다. 아마 자신의 생얼에 선천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척 드물것이다. 타고난 미인이라면 생얼에도 자신이 있겠지만, 그 정도의 미인은 아마도 연예인 밖에 없을 듯 하다. 화장을 통해 좀더 예쁜 얼굴이 된다면 그 때부터 화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이 책에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화장을 하지 않은 생얼이 아니라 화장을 한 얼굴을 본래 자신의 얼굴로 인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생얼은 자신의 얼굴이라도 타인의 얼굴로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화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화장을 함으로써 뇌세포도 더 자극을 받는다. 외모를 가꾸는 행위가 뇌의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진하게 화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연구 결과도 한번쯤은 눈여겨볼만하다. 예전 이집트 화장을 보면 눈을 굵은 아이라이너로 강조를 한 화장법이 유행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요즘 유행하는 화장법은 더욱더 자연스러운 생얼 화장을 추구하니, 보다 자연미에 가까워지려는 것이 요즘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화장을 한 듯, 안한듯 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화장도 무언의 사회적인 사교 기술이니 화장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색다른 나를 위해 화장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화장을 무척 좋아하고 관심 많은 사람으로서 화장은 재미있는 놀이라고 말하고 싶다. 의상으로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에는 심심하지 않은가? 화장이라는 행위를 통해 보다 폭넓은 아름다움을 만드는 놀이를 추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