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는 하루에서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 죽고, 태어나고, 또 싸우는 등등 사람들이 벌이는 일은 도대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서 작은 줄기가 되고, 큰 흐름이 되어 나중에 후세에는 역사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를 정리하기도 바쁜데, 세계사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평소에 세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터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세계의 역사를 알고나면 그만큼 세상이 돌아가는데 이해가 쉬워진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그 나라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반 룬의 세계사 여행'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세계 각 도시의 옛날 이야기이다. 알파벳 순서에 맞추어서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도시를 골라서 그 도시의 대표적인 풍경을 손수 그리고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이다. 대략적으로 이미지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이기 때문에 세심한 펜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냥 슥슥 그리는 것만 같은 터치에도 중요한 포인트는 다 잡아내고 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다. 반 룬이 이 책을 펼쳐내는 시대에는 출판물의 색상이 세가지 색상만 허용되었기 때문에 그리 풍부한 색감 자체를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실제로 책을 살펴보면 절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순히 그 도시의 역사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느낀 점도 함께 서술하고 있어서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가 손주를 무릎위에 앉혀놓고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 설명이 길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놓치지 않고 있어서 책이 굉장히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또한 반 룬의 설명 뒤에는 현대인이 붙여놓은 세부적인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그 도시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훑어보는데 다른 책을 참고할 것도 없이 이 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책 전체가 올 컬러로 구성되어 생생한 현장감도 함께 전해진다. 세계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앞으로 갈 도시의 이야기와 예전에 내가 갔던 도시의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책은 세계사에 막 입문하는 사람이나,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아주 좋을 책이다. 이미 세계사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정보의 깊이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이 책은 세계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꼼꼼하게 잘 쓰여진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고등학생 저학년까지 두루두루 읽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