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운동화 신은 여자, 하이힐 신은 여자
서주희.곽혜리 지음, 홍희선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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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보다 운동화를 더 좋아하는 나는 운동화를 참 많이 신고다닌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하이힐을 신을 기회도 별로 없을 뿐더러 한가지 신발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신고다니는 편이라 내 신발장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 신발과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헌 신발이 함께 공존한다.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 보인다는데, 신발 하나를 살 때 무난하면서도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인가 보다. 절대로 유행을 타는 신발은 사지 않고, 극도로 장식이 배제된 심플한 스타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들은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릴 법한 갈색과 검정색이 대부분이다. 물론 여름 신발은 예외인 경우가 한 두 켤레정도 있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쳐다보는 버릇이 있는데, 신발에는 그 사람의 개성이 잔뜩 묻어난다는 지론은 결코 틀리지 않은 듯! 무척이나 깔끔해보이는 여자가 깨끗한 구두를 뽐내고 있으면 역시! 라는 생각이 들고, 대체적으로 아주머니들은 조금 저렴한 시장 구두를 뒷 굽이 닿도록 열심히 신고다니는 모습에서 알뜰한 그녀들의 살림살이가 묻어나는 듯 하다.

 

이 책은 결코 신발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나도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여자가 자신의 일기장을 조심스레 공개한 이야기이다. 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어떤 대목에서는 이 사람이 어떤 생각과 상황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뭔가 끄적거리면서 책을 펴낸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어떻게보면 자신의 분신일 수도 있는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놀랍다. 한 권의 책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사실 이 책은 총 2권의 일기장과 1권의 사진집으로 봐도 무방하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사실은 세 사람 사이에 큰 연관은 없기 때문에 따로 떼어서 읽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다만 이렇게 다른 소재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은 편집자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사진들을 보면서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지,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나느 굉장히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이대로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남몰래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욕심많은 사람이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 자신의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조심스레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해보기도 한다. 운동화 예찬론을 펼치지만 신발장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하이힐을 전시해두고 언젠가는 꼭 신어야지, 라고 말하는 하이힐에 대한 로망도 가지고 있다. 쉽게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물론 나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들이나 나나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한 번쯤은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고민으로부터 나의 고민도 함께 치유되는 효과, 공감대 형성이 아닐까 싶다. 20대 여성들이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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