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남콩녀 - 홍콩 여자 홍콩 남자의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즐거운 인생
경정아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2년전 여름, 홍콩으로 여름 휴가를 갔다. 우리나라도 여름이 꽤나 덥지만, 홍콩은 작은 도시에다가 해안 바로 옆에 위치한 해안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더 낮아서 더더욱 살인적인 더위를 자랑했다. 4일 남짓 있었는데 체류하는 동안 비가 안 와서 돌아다니기는 아주 좋았지만, 대신에 엄청난 더위 덕분에 돌아다니는데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도 세계적인 도시답게 쇼핑은 물론 관광 명소도 꽤 볼만한 곳이 많아서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시라서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이드 북을 잘 공부하면 예쁜 맛집과 함께 문화적인 감흥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관광코스가 바로 홍콩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나름대로 통하는 도시이기도 하니, 중국어를 전혀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여행지가 없었다. 짧은 여행기간동안 홍콩을 마음껏 느끼고 왔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그 도시 사람들의 진짜 생활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었다. 나야 물론 관광객이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빴지만, 매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른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 곳에 장기간 살아보지 않는 이상 진짜 홍콩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인 갈증에 시달리고 있던 와중에 굉장히 반가운 책이 나왔다. 바로 '콩남콩녀'라는 책으로 내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은 3년 남짓 홍콩에서 생활한 한국인의 시각에서 본 홍콩 이야기로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득 실려있다. 주말이면 왜 여자들이 가득 거리로 몰려나오는지 궁금했었는데, 그들이 모두 관광객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중국 사람들이 홍콩에 놀러와서 노는 것이 아니라 홍콩에서 일하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주말 휴가를 받아서 딱히 갈데가 없으니 길거리에 자리펴고 앉아서 논다는 사실이 왠지 신기했다. 사실 홍콩이 워낙 작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국적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사용하는 언어와 인종은 분명히 중국인데,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서구국가를 참으로 많이 닮았다.

 

그리고 기자 출신답게 저자는 작은 것에도 참으로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밀크티는 그저 정해진대로 타서 먹으면 그만인데, 밀크티 만드는 대회가 열렸다는 기사를 보고 밀크티의 제왕을 찾아나선 이야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상적으로 먹는 밀크티에 심혈을 기울여서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것이든 최고가 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면 해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정신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홍콩의 결혼문화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모습을 띠고 있어서 왠지 여자들이 우대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전통적인 방식이겠지만 나름대로 꽤 독특한 듯 하다. 그외에도 홍콩과 중국 문화를 다양하게 생생한 현장 목소리로 맛깔나게 엮어내어 읽는 내내 홍콩으로 다시 돌아간 줄 알았다.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만 돌아다니다보면 지리는 금방 익히게 된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중국 문화가 물씬 느껴져서 꽤나 재미있는 홍콩 체류기가 만들어졌다. 홍콩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여행자나 홍콩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홍콩이라는 곳에 대해 조금더 깊이 알게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