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월이 그리 긴 것도 아니지만, 그리 짧은 세월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정리하다보면 앞으로 내가 나가야할 길도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딱 나의 기호에 맞는 책을 발견했다. 이름도 왠지 수수하면서도 정확하게 필요한 '자서전쓰기 특강'이라는 책이다. 생각보다 꽤 두툼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편집도 깔끔하게 되어 있는 예쁜 책이다. 이 책의 기본은 작가가 실제로 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으로 일종의 잘 정리된 강의록이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도 구어체로 되어 있어 굉장히 친근하다. 쓰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파릇파릇한 20대가 자서전을 쓰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중년이 되어서라도 이 책은 꽤나 유용하게 쓰일 듯 싶다. 굉장히 느릿느릿한 속도로 한 계단씩 차분히 단계를 밟아나가는 책이라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도 차분하게 따라하다보면 글쓰기의 기본은 충분히 익힐 수 있다. 다만 책 내용 자체가 함께 하는 강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보니,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모여서 함께 작업을 하면 더욱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을 듯 하다. 단순하게 글쓰기 요령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친절한 심리학적인 설명까지 곁들여있다보니 자서전을 쓴다는 것이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은 자서전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나도 처음에는 별것 아니겠지, 라는 생각으로 따라하다가 중도포기하기도 했다. 아직 끝까지 따라가려니 숨이 가쁘기도 한데, 내 자신을 너무나도 알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에게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주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참으로 많다. 매번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보다 조심스레 자신의 자서전을 내밀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은 책을 출판하지 않고 인쇄만 한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 많은 부수가 아니라도 기념삼아 자서전을 써서 책으로 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친절한 글쓰기 안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