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책 내용에 앞서서 너무나도 포근해보이는 표지의 방 사진과 엉뚱한 책 제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집을 가진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궁극적인 희망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을 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곳은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경험을 제공해주는가, 또한 사용자가 어떻게 그 공간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해당 공간의 가치가 무척이나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사실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넓은 공지에 울타리 하나치고 천막을 하나 짓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공간은 충분히 완성된다.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외부 환경에 약하고 정신적으로는 무척이나 섬세해진 현대인에게 1년 365일 그런 환경에서 생활하라고 한다면 얼마가지 못해서 지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건물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건축물을 전문으로 만드는 건축가라는 직업도 생겼다.

 

그런데 이 책은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집을 짓고 싶어하는 30대 싱글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상대방인 건축가도 함께 등장하기는 하나, 그는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필요한 등장인물에 불과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건축주인 마리이다. 사실 그녀가 집을 짓게 된 계기는 꽤나 단순하다. 30대가 넘으면 여자는 슬슬 결혼에 대한 압박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마음에 드는 남자는 없고 자신이 머물 공간에 대한 허전함으로 인해 집이 무척이나 가지고 싶게 된다. 사실 나이가 먹어도 높아지는 것은 눈 높이이고, 그 조건에 맞는 남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다. 아직 20대이기는 하지만, 이미 나의 또다른 반쪽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체가 귀찮아지는 나로서는 마리의 심리가 100% 공감간다. 물론 혼자 사는 것이 조금 외롭기는 하지만 일에 파묻혀 살다보면 외롭다는 사실마저도 잊게된다. 그냥 아주 가끔씩 혼자인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만 필요한 것이 동반자가 아닐까 싶다.

 

그런 마리가 건축가와 함께 자신이 살 집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주는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구상해내고 건축가는 고객의 작은 말 한마디나 옷차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계를 진행한다. 빈 대지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도화지와 같다. 하지만 그 도화지는 이미 절반쯤은 주변 환경의 여건에 따라 50%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물론 인위적으로 그 밑그림을 수정할 수도 있지만, 그를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집을 지으면서 소소한 어려움에 부딪히겠지만, 이 소설은 설계를 하는 과정에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집을 짓는 어려움보다는 일단 집을 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힘을 싣고 있다.

 

'집'은 누구나 지을 수 있다. 요즘 결혼하는 것보다 집을 가지는 것이 더 좋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만큼, 마리의 이야기도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은근한 나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이야기라 공감이 간다. 남자보다 집이 좋은 사람이 절대 이상하지 않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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