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테이크아웃하다 - 서른과 어른 사이, 사랑을 기다리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신윤영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달콤쌉사름한 커피에 비유한 연애의 맛에 공감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달콤한 맛에만 중독된,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쓴 맛이 난다 싶으면 곧장 그 커피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커피를 시킬 때 쓴 아메리카노는 시키지 않는다. 달달한 시럽이 얹어진 카라멜 마끼아또나 아예 달콤한 과일을 갈은 주스를 주문하곤 한다. 아마도 그래서일까, 아직 연애의 쓴 맛을 모르는 나에게 이 책은 조금은 무겁고 우울하게 다가왔다.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연애에 관련된 책에 대한 감상을 쓰려니 왠지 어색하지만, 그래도 나는 연애의 쓴 맛도 알고 싶었다. 아직까지 진심을 다해서 좋아해본 사람이 없어서일지, 아니면 항상 내가 하는 사랑은 쌍방향이 아닌 짝사랑으로만 끝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랑때문에 너무나도 가슴아파서 울어본 기억은 없다. 무미건조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이런 나에 비해서 이 책의 저자는 상당히 용감하다. 물론 여리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사랑의 아픔을 가지고도 다시 사랑을 찾고자 하는 그런 느낌이 아련하게 전해져온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잡지에 사진과 함께 실리면 더더욱 좋을 글들이다.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길게 이어지는 글이 아니라, 일기장에 짧게 적은, 그냥 나만 알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그런 감상들을 나열한 글들이기 때문에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전한다면 그 감동은 더 깊게 전해져올 듯 하다.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러한 그림들은 실려있지 않다. 그렇지만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문구에 대해서는 다른 색깔로 강조를 해놓아서 이 글을 쓸 때 저자가 어떤 점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쉽게 파악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과연 저자가 어떤 연애 경험을 했는지에 대해서 왠지 더 궁금해진다. 나날이 이어지는 그날그날의 짧은 생각의 단상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사실 모든 고리들이 연결되어 이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독자들이 스스로 추리해내야 하는 과제로 주어지는 것이다. 조금은 답답하기는 해도 또 이런 스타일의 글도 있구나 하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연애 편지에 살짝 끼워넣으면 무척이나 감상적일 것 같은 문장들도 이 책에는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원래 담백한 문구를 좋아하는 터라, 이런 미사여구가 가득한 문장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읽으니 꽤 느낌이 괜찮다.

 

사실은 이 책은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대부분이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느낌의 글들이다. 모든 글들을 하나의 단락으로 모으면 왠지 식상할 듯 하여 나누어놓은 것 같기는 한데, 어느 쪽부터 손이 가는대로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특별히 커피에 얽매인 글이 아니라 그냥 지은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연애의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많이 느껴지는 이 글들을 읽으면서 나도 정말 이런 글들이 저절로 나오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조금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쓴 맛보다는 달콤한 맛이 가득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은데, 지금의 기분 같아서는 텁텁하고 무미건조한 글들만 잔뜩 나오고 있다.

 

한번이라도 사랑의 아픔에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라면 1000%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 잔뜩 실려있다. 연애의 달콤함과 쓴 맛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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