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핫’한 도전과 성공
고든 램지 지음, 노진선 옮김 / 해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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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에서 Hell's Kitchen 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한국에 해당 프로그램이 소개되기 전이어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그 때서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요리사의 세계가 얼마나 살벌하던지 보는 내가 가슴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대장격인 요리사는 음식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욕을 서슴지 않았고, 덕분에 방송관계상 해당 음성을 삭제하는 의미인 삑삑거리는 소리를 10분에 거의 10번은 기본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는데, 그 이유는 온갖 고생을 해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들의 열정을 보면서 음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굉장히 우아해보이기만 한 요리의 세계를 새롭게 보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으로, 저렇게 악독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면 굉장히 맛있을 것 같아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 TV 프로그램이 내가 고든 램지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어느새 그가 펴낸 책까지 출판되었다니 왠지 감회가 새롭다.

 

TV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내용도 굉장히 솔직하면서 거침없는 어투로 쓰여있어 작가의 개성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요리라는 것은 우리가 매일 먹는 것이기는 하지만, 레스토랑 운영은 전혀 다른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루한 내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든 램지라는 인물이 쓴 책이기 때문에 그 어떤 소설보다도 생생한 실화를 읽으면서 결코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책이 탄생했다. 책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TV보다는 조금더 부드럽다. 무조건 윽박지르는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음식을 사랑하고 레스토랑을 사랑하는 그런 사업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TV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어느정도 방송사의 조작이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책을 통해 보는 그의 모습이 진정한 고든 램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고든 램지의 첫 레스토랑 사업 시작과 함께 어떤 난관을 겪었고,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 그만의 시각으로 자세하게 쓰여져있다. 어떠한 요리법보다는 레스토랑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녹아들어있는 책으로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라 레스토랑 경영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유용하고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고든 램지가 이렇게나 많은 레스토랑을 가진 경영자인 줄 전혀 몰랐었다. 그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어 지금은 전 세계에 레스토랑 체인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로서 단순히 셰프만이 그의 직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한 레스토랑의 셰프로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뛰어난 동료가 있었고 덕분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업가가 되었다. 그는 당연히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쫓아가지는 않는다. 그의 이러한 점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열쇠가 아닐까 싶다.

 

레스토랑 운영에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음식 뿐만이 아니라 훌륭한 서빙을 할 수 있는 종업원, 인테리어 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레스토랑을 만들어 낸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레스토랑 홀 설계와 주방 설계에 대한 램지의 의견이었는데,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과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시각 차이를 엿 볼 수 있어서 꽤 흥미로웠다. 덕분에 앞으로 레스토랑 홀을 설계할 때는 천장에 복잡한 아이템을 넣어서 나중에 천장을 청소를 할 수 없어 먼지가 손님의 그릇 안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라는 것 자체가 만들 때부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며 적어도 10년 이상은 사용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설계 단계부터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는 것을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외에도 그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온갖 고충들이 실려있는 이 책을 보면서 끊임없는 추진력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 무척 감동받았다. 단순히 음식을 잘 만드는 셰프가 아니라 경영자로서 다시 그를 보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된 소득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나도 현재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어느새 놀랍도록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삶의 의욕이 없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어느새 힘이 불끈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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