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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이야기 - 추리 마니아를 위한 트릭과 반전의 관문 126
파트 라우어 지음, 이기숙 옮김 / 보누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과 마지막의 반전이 무척이나 기대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단 추리소설 마니아로서 내가 추리소설을 찾는 것은 앞의 이유 때문이다. 사실 워낙 게으른 나는 특히 탐정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소설 속의 탐정이 독자인 나를 대신해서 범인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탐정이 나오는 스타일은 상당히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인기가 유효한 테마임에는 틀림없다. 머리가 총명한 탐정은 직관과 아주 작은 실마리를 보고서도 금방 범인이 누구일지를 추론해낸다. 아마 그런 방법의 대가로는 셜록 홈즈와 에르큘 포와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독자 스스로가 탐정이 되어야 한다. 그닥 두꺼운 책은 아니만, 꽤 많은 추리 문제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퀴즈나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장황하게 서술한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추리 문제들은 길어봤자 2장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굉장히 짧은 글 안에 숨어있는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미심쩍은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요령이다. 사실은 여기에 등장하는 문제들이 엄청난 추리력을 요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센스를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하게 되어 있다. 글 자체가 길지 않다보니 복잡하게 얽힌 문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추리력이라기 보다는 조금 어려운 넌센스 퀴즈 문제도 상당수 실려 있다. 한 두 문제 정도는 다른 퀴즈 책에서도 봤을 법한 문제인데, 아무튼 내용 자체가 신선해서 그냥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말 장황한 표지에 비해서 내용의 깊이는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표지만 보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인 사건이 등장할 듯 싶은데, 실제로는 유쾌한 문제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접한 독자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책 디자인은 굉장한데, 내용은 추리 퀴즈이니 디자인이 내용과의 밀착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휴가지나 친구들과의 여행에 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문제들이 가득해서 퀴즈 대결을 펼치는 것도 꽤 재미있을 듯 하다. 나는 이미 휴가가 다 끝난 이후에 이 책을 보게 되었기 때문에 정작 활용은 하지 못했지만, 올해 겨울이나 내년 여름에라도 한 번 써먹어 보고 싶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앉아서 혼자 수수께끼를 푸는 즐거움도 상당하겠지만 많은 친구들이 함께 추리문제를 푼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듯 싶다. 수많은 반전이 등장하니 누구의 추리 센스가 더 훌륭한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