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북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영희 옮김 / 끌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독자로서 책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쓴다. 굉장히 무시무시할 것만 같은 책표지의 포스에 우선 압도되었다. 핏빛으로 물든 표제와 함께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표지 사진의 주인공은 차마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섬뜩하다. 이렇게 강렬한 포스를 내뿜고 있는 표지만큼 내용도 왠지 굉장히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의외로 내용은 꽤 부드럽다. 아주 섬뜩한 스릴러를 기대했으나, 정작 내용물은 말랑말랑한 푸딩같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여러 장르의 책을 읽어봤지만 다른 책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이 책은 그리 큰 특징은 없는 것 같다.

 

일단 책에 등장하는 사건은 꽤 단순하다. 한 서점에서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문제는 도대체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는데 있다. 범인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실마리라도 있겠지만,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작은 서점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니 처음 이런 사건을 접한 형사나 서점 주인 모두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책 도입부는 이렇게 꽤나 흥미진진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책의 긴장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구성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단서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힘이 있다. 형사와 매력적인 서점 여주인의 로맨스도 이어지고, 다시 읽어보아도 두서를 알 수 없는 상징들로 가득찬 형사의 꿈이야기도 등장한다. 꿈이라는 것은 평소에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꿈들은 꽤나 난해해서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냥 작가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짐작을 할 따름이다.

 

가장 맥이 빠지는 부분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장인 사건 해결부분이다. 사실 지금까지 셜록 홈즈나 포와로 등과 같은 미스테리 탐정 수사물을 즐겨 읽어왔던터라, 뭔가 명쾌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 책의 결말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왠지 힘이 빠지게 만든다. 기본적인 개념은 알고 있던 실마리인데, 사실 그 흔적 자체가 책 속에서 그리 많이 노출되지 않았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그리 쉽지 않다. 사실 그 전부터 알고 있던 개념이라 이런식으로 소설에 접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상당히 많이 든다. 작가가 해당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책을 쓴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아무튼 처음에는 미스터리의 분위기로 가다가 나중에는 SF로 변신하는 바람에 도대체 이 책의 장르를 정의하기 어렵다는 서문의 내용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세상의 가장 마지막 책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흥미롭지만, 책 내용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표지 디자인과 조금은 맥빠지는 결말로 인해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살짝 어이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책의 중반까지는 이상한 단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다빈치코드처럼 사건이 급속하게 성장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여기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는 읽은 책이기는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이렇게 인용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잘 쓴 소설이기는 하나,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이 책의 결말을 조금만 다르게 전개를 했더라면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여름 밤에 가볍게 읽기에는 좋은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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