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투 커버 - 책 읽는 여자
로버트 크레이그 지음, 나선숙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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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읽고 싶었던 책이다. 사실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어머나, 딱 내 이야기잖아!' 이렇게 공감한적은 수많은 책의 페이지 중에 한두컷 정도이다. 사람들의 인생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해서 비슷해보이는 사람들이라도 모두 제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쓰지 않는 이상, 100% 똑같은 이야기는 만날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헌 책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우연히 찾게 된다. 당연히 자신이 쓴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까지 모두 쓰여 있는 이 책은 도대체 누가 쓴 것인지 책의 저자는 알 수 없지만, 신기하게도 책의 저자는 주인공 이름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은 이 책으로 인해 과거에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까지 알게 되고 그 책의 내용으로 인해 자신의 삶 중 많은 부분이 바뀌게 된다. 이미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일상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 그저 자기 중심적이고 마음가는대로 행동할 뿐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그 책의 내용을 보면 아마도 그 책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그대로 투영된 놀라운 마법의 책임에 틀림없다.

 

혹시라도 나에게 그런 책이 생긴다면 나는 무척 혼란스러울 것 같다. 이미 미래를 알 수 없는 채로 지금까지 일생을 살아왔는데, 책을 통해서 자신의 심리상태도 분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속마음까지 알게 된다면 과연 기쁠까? 사람의 미래는 조금은 불확실한 것이 좋다. 누구든 정해진대로 살아가게 된다면, 그리고 그 결과를 알고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은 맥이 빠질 것 같다.

 

이런 신기한 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주인공과 나는 굉장히 중요한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지독하게도 자기 중심적이고,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을까봐 일정 거리 이상 타인이 나의 생활 반경내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그럴 능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혼자 살 수 있는 경제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면서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면서도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덕분에 마음이 공허할 때마다 헌책방 가는 것을 즐기고, 방에는 다 읽었거나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주인공이라 그녀의 속마음을 훔쳐보면서 참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시시한 TV 프로그램보다 책 읽는 것이 더욱더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조차 비슷했다. 아마도 이 세상에 책이 없었더라면 세상을 사는 것을 참 무미건조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을 마시는 행위와도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주인공은 자신과 비슷하게 책을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이러한 그녀의 모든 단점을 사랑으로 감싸안아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데 성공한 듯한 결말을 보여주는데, 워낙 변덕이 심한 그녀이기 때문에 과연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삶을 살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아마 그 마법의 책 내용이 맞다면, 오랜 방황끝에 주인공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책 내용중에 다음 말이 아직까지 강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 책은 단순히 타인의 경험을 훔쳐보는 것밖에 되지 않아. 직접 경험해 보는 것과는 전혀 달라." 완전히 같은 문장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런 맥락이었던 것 같다. 사실은 맞는 말이다. 나도 책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실제로 그 일들을 해보라고 한다면 전혀 모르는 새내기처럼 우왕좌왕할 것이 뻔하다. 지나치게 책에만 의존하는 것도 조금은 경계해야할 습관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많은 위안을 받았다. 책을 좋아하는 여성들이여,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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