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와 나 - 어느 천재 예술가의 세기의 스캔들
스탠 로리센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달리의 유명한 작품, 기억의 고집 

 

 


살바도르 달리는 굉장히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사실 나는 초현실주의 화풍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달리의 그림을 보면 꽤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그만의 이상한 상상력으로 일그러뜨리고, 거의 원색의 채색으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달리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랍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예술가들이 모두 고귀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예술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은 기꺼이 포기하고, 끊임없는 자기 연마가 위대한 작품을 남긴 인물의 일생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달리의 모습은 그와 전혀 다르다. 어쩌면 이렇게도 기이할 수 있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이 책은 달리의 작품을 사고 파는 화상의 자기 고백적인 서술로 구성되어 있다. 이 화상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구입하는 부자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처음에는 진품 그림도 많이 다루었으나, 나중에는 어이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가짜 그림도 판매하고 자신이 직접 달리의 위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사기 행각이 들통나서 감옥에 까지 가는 신세가 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감옥만은 피해보려고 했으나 언제까지 숨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가장 속편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도주하여 은신하는 과정에서 실제 달리를 만나게 되고, 그의 주변인들로부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달리의 진실에 대해 듣게 된다. 물론 기이한 행동으로 이미 유명하기는 했으나, 달리의 지인들로부터 듣는 달리의 기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달리 자신이 자신 작품의 위작을 만들어내는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그의 부인과 달리는 사치가 굉장히 심했기 때문에 항상 돈이 필요했다. 시간과 스스로의 상상력은 한정되어 있고, 돈은 필요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자신의 이름을 단 그림을 그리게 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에 달리의 사인만 들어간다면 그의 작품이 되었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나중에는 사인마저 스스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사인을 하게 된다. 전혀 달리의 정신이나 사인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 그림은 달리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덕분에 달리의 사인은 그 종류만 해도 6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리의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상상이 간다. 단지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이면 달리의 작품이 될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상상력에 의해서 쓰여진 소설이 아니라, 실제 사실에 근거해서 쓰여진 글로 한 편의 에세이와도 같다. 거기에 소설 형식을 빌려서 좀 더 생생하게 인물을 묘사했을 뿐이다. 오늘날 달리는 여전히 위대한 화가로 세상에 알려져있다. 그의 진품 그림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그 값어치의 가격을 치루고 소유하고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구입하기 이전에 과연 이 그림이 달리가 직접 그린 작품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어떻게 보면 워낙 위작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판별하는 것 조차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달리의 새로운 면을 잔뜩 보게 되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현대 미술 작품 투자나, 달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그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도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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