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관타나모 수용소라는 곳이 있는 사실도 몰랐다. 워낙 국제 정세에 어두운 나였기에 그랬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역시 돈을 가진 자에 대한 왠지 모를 횡포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외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무자비한 짓을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잔인한 구석이 숨어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났다. 사람이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수용소에서는 일어나고 있었다. 군인들은 명령을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그 명령을 어떻게 수행하는가는 군인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 아닐까? 명령이라는 명목하에 너무나도 잔인한 일을 벌이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책은 어떠한 정치적 목적없이 로스쿨에 다니는 여학생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적은 글이다. 보통 사람이 수용소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었기에 그녀는 수개월의 정부 조사 끝에 수용소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일을 돕는 일로서 정말 값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사실 이 사람이 무척이나 존경스럽기도 하다. 굉장히 위험한 지역에서 직접 증거를 수집하러 돌아다니기도 하고, 덕분에 수용소에서 인간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몇몇 사람은 수년간의 감옥생활 끝에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9.11 테러를 겪은 뒤에 이슬람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무조건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테로로 인해서 미국은 심한 상처를 입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다른 국가의 사람들을 무조건 판단하고 죽일 수 있는 권리는 조금도 갖고 있지 않다.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법인데,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배타적으로 대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진짜 테러리스트가 아주 조금 수용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도 증거가 충분히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현상금 때문에 고발되고 끌려온 사람들이 테러범이라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테러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해야할 거대 국가에서 자본의 힘으로 죄없는 타 국가의 국민을 괴롭히다니 읽을 수록 화가 난다.

 

조금도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쓴 그녀의 글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오바마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철수시키려고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참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철수를 반대하는 공화당의 생각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자비한 테러리스트라도 분명히 공개적인 정의의 심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민주주의,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