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품절


이 소설은 단 하루의 이야기이다.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하루를 거슬러 올라간 후, 매 시간마다 일어난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한 소설로 상당히 그 구성이 독특하고 치밀하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막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일본 소설 풍의 책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조금 심각한 소설을 읽는 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본다. 매 시간별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서술하면서 조금씩 그들의 사생활과 성격, 그동안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주는데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보다 이렇게 관찰하면서 그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다. 처음에 아예 등장인물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여느 소설과는 달리, 책의 중반을 넘어서야 진정한 그들을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매 시간의 단편적인 모습과 그에 연계되는 기억들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앞에서 서술했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보다 증가시킬 수 있다.


'어느 완벽한 하루' 라는 제목은 내용에 비하면 상당히 반어적이다. 겉으로는 굉장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정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그 속들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삐걱거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가정은 안토니오와 엠마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묘사한다. 사실 나는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는 이 또한 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소설이지만, 중간중간에 상당히 폭력적인 장면들도 묘사되어 있다.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남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리 쉽게 살 수만은 있지 않을 것 같다. 먼 나라 유럽을 배경으로 그려진 소설이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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