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절판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상당히 독특한 제목과 사진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막 웃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표정의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의 표정은 위트가 넘쳐흘렀고, 일단 이 책을 펼쳐들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책이다. 아마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기위해서는 어떻게 해라, 라는 식의 가이드일 줄 알았는데 정작 내용은 전혀 다르다. 왠지 낚시꾼에게 걸려든 고기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기분은 전혀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좋은 내용의 책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는 느낌이 더 크다.


이 책은 로버트 풀검이 일상 생활에서 겪은 소소한 사건들과 그의 생각들을 엮은 에세이, 수필집이다. 작가가 엉뚱한 상상을 즐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없이 그저 이 책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유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 작가처럼만 생활한다면 만사에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로 유쾌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나름대로의 상상력과 유머로 재미있는 일상을 만들어낸다. 왠지 세상과는 동떨어진 평화로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세상을 생각만큼 그리 복잡하게만 생각할 것은 아닌가보다. 가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 집어들고 읽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사실 많은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이 작가처럼 맛깔나게 글을 쓰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고나 해야할까. 게다가 전혀 수준낮은 문장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지식마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글쓴이의 재주가 놀랍다. 외모도 나름대로 독특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이먹은 아저씨라기 보다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직 그의 얼굴에 남아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에 끌리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너무나도 퍽퍽한 삶의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가끔은 일상을 잊고 다른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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