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현대 중국 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다. 서양과 한국, 일본 소설에 익숙한 독자인 나는 우선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같은 한자문화권이기는 해도, 읽는 법에서 차이가 있으니 처음에는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찌나 힘들던지. 일단 입력되고 나자 책을 읽는 속도는 순풍에 돛단듯이 술술 읽혀져 내려갔다. 이 책 제목을 보고, 이거 도대체 왜 이런거야? 하는 궁금증이 들었으나 끝까지 다 읽고나니 음, 그렇군-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장광셴은 그 누구도 못 말릴 주둥아리를 가지고 있는 작자이다. 사람의 먹고 말하는 기관은 보통 '입'이라고 일컬으나, 이 주인공에게만큼은 예외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바보같고 멍청이같은지, 읽는 독자가 답답해서 더 뒤로 넘어갈 지경이다. 아무리 세상물정을 몰라도 그렇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세상에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할 말이 있고 안 해야할 말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말 한마디를 잘 못하면 어떤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극한상황을 연출한 작가가 더욱 존경스럽다. 사실 워낙 말에 대해 극단적인 결벽주의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백번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 주인공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둔한 머리를 가질 수 있는지도 신기하다. 사람이 순박한건지, 아니면 정말 바보가 틀림없는지 헷갈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만약 내 옆에 실제로 이 주인공이 있었더라면 입을 틀어막아서 앞으로 절대 말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입단속을 시켰을 것이다. 사람이 모자라면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 있어야 할텐데, 곁에 있는 사람들은 광셴 덕분에 완전 패가망신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붙어있는 친구라고는 제대로 된 놈이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 갖고 있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이 주인공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처음에는 기가 막혀서 독자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를 정도로 열받지만, 나중에는 자포자기랄까- 아예 그냥 손을 놓고 지켜보는 것만이 능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무튼 사건사고를 몰고다니는 주인공 덕분에 중간에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로 뒤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가장 마지막 장에는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하는 일생에 대한 고백이 실려있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면 아주 약간은 주인공에게 동정심이 간다. 물론 어이없게도 마지막 멘트에서 또 실수를 하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좌충우돌 인생의 격동기를 겪는 사건들을 보면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항상 그 때 그 장소에서 적당한 말들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제대로 된 시기에 말하지 못하면 평생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말 한마디로 인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180도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말 잘하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자신도 그런 능력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 단어에 꿀을 바른 것처럼 술술 말하는 달변가가 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도 적은 말이라도 상황에 맞게 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진실된 말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에 닿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광셴의 인생을 보면서 적어도 나만큼은 이런 인생을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주 조금 불쌍하게 여겨지는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세 치 혀를 잘 못 놀린 죄는 평생간다.

 

함부로 내뱉는 말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여,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의 입을 마구 때리는 습관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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