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추리소설류의 책을 참 좋아한다. 게다가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면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즐겨읽고는 하는데, 이 책은 나의 이러한 입맛에 딱 맞게 재료를 맛있게 요리해놓은 작품이다. 우리나라 근대에 남녀 평등 사상이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하지만, 중세 때만 해도 서양에서 여성이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한정되어 있었다. 사람을 고치는 의사라는 직업은 절대 금녀의 구역이었고, 여자가 의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자칫 잘못했다가는 마녀로 오인받아서 화형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여성 의사 아델리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책 날개에 보면 CSI와 비교를 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중세 시대에 현대와 같은 첨단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에 의존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증거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는다는 기본 컨셉은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그래서 CSI 와 이 책을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비약적이지 않은가 싶다. 둘 중에 어느 작품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다 인간적이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아델리아 쪽이라고 본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들면 그 두께가 꽤나 두툼하다. 언제 다 읽나-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펼쳐들면 작품의 흡입력이 대단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친 묘사부터 섬세한 심리 묘사까지, 독자로 하여금 철저하게 책에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표지 디자인이 책 내용에 비해서 약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작품 내용 자체로만 보았을 때 이 책은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고도 남는다.

 

 

살인 사건 뿐만이 아니라 이 사건에 얽혀있는 사람들간의 관계도 꽤나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만약 영화로 제작된다면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강하여 모두다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절대로 삶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아델리아가 가지고 있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좋은 자극제이다. 보다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어렵고 힘든 의사라는 길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그녀가 사랑스러워졌다.

 

 

추리소설이나 중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책을 만나서 너무 기쁘다. 반즈 앤 노블, 아마존 닷컴의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은 결코 우연히 붙어있는 것이 아니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시원하게 잊게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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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7-2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 재미있으셨다고 하니까 기대가 되네요^^
저도 이 책 조만간 읽을 예정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