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을냥이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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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의외로 고민하는 것들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마음을 위로하는 에세이도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책도 그냥 그런 책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이 책의 작가가 <을의 연애>를 썼던 작가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짧은 글과 귀여운 그림으로 페이스북에 연애 관련 컨텐츠를 올리면서 유명해진 작가인데, 그 책을 읽었을 때 뭔가 마음에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문제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문제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때의 인상이 무척 강했던 덕분에 이 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다루는 주제가 단순히 사랑이나 이별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생에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도전이나 용기, 좌절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한층 다루는 주제가 넓어졌다는 측면에서는 왠지 이 책의 작가나 나도 성장한 느낌이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본인이 꽤나 힘든 상황일 때 공감이 잘 되는데, 그냥 평상시에 읽어도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기분이 있어서 괜찮다. 나는 매우 심각한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의외로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상담을 받는 편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개운하지 않을 때는 이런 에세이를 읽으면서 혼자서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고양이는 9번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 컨셉을 따라서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랑, 이별, 상처, 행복, 용기 등 9개의 주제로 갈무리된 글들이 나름 짜임새있게 잘 실려있다. 그리고 모든 장마다 컬러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서 보는 동안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모든 상황들은 다르지만 결국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나에게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심플한 일러스트와 함께 조화된 단문이 글들이 그리 길지 않아도 왠지 먹먹하게 마음에 와 닿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글의 대단함이란, 곰곰히 생각해보면 무한 긍정의 힘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너무 힘들고 죽을 것 같은데,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 못했길래 이렇게 불가항력의 상황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분명히 솟을 구멍은 있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볼만한 구석도 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여러 권 읽게 되면 사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도 분명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아마 이런 것들이 바로 독서의 힘이 아닐까 싶다.

사실 사랑에 관련된 글도 괜찮지만, 요즘에 생각하고 있는 진로에 대한 생각도 이 책에 나와있는 글을 하나 보고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이렇게 활자로 쓰여있는 글을 보면 좀 더 그 모양이 분명해진다.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살짝 인용을 해본다.

포기하는 용기

"5년동안 해온 일인데, 내 적성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사람들은 이제까지 쌓아온 경력이 아깝지 않으냐며

딴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갈수록 다른 길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가."

"때로는 가진 것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해.

다만,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작은 실패에도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조심해야 해.

쉽게 핑계를 찾지 않겠다는 각오,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긴다면

또 다른 시작을 해보는 것도 괜찮아.

너의 용기를 응원해

<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 밖에> p.93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은 호흡이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물론 책의 전체 분량도 많지 않아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리하다. 아무래도 SNS에 주로 글을 올렸던 작가이다보니, 장편의 글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니다. 혹시 주변에 인생의 어떤 장애물을 만나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 말로 장황하게 위로를 하는 것보다 이 책 한 권을 슬며시 건네주는 것도 괜찮겠다. 아마 책을 통해서 받는 위로도 꽤 괜찮을지 모른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위로와 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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