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방 하나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권성민 지음 / 해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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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닐 것이다. 아마 어른이란 무엇이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권성민 PD는 자신 나름대로 홀로서기에 대한 정의와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엮어냈다.

일단 저자의 이력은 꽤 독특한 편이다. MBC PD를 하다가 개인 SNS에 올린 글들이 문제가 되어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고, 다시 복직하다가 이제는 또 다른 미디어로 옮겼다고 한다. 사실 그가 연출한 프로그램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히려 언론 탄압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대표 사례로 일컬어졌던 그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처음에 헷갈렸던 것이, 책 앞쪽 날개를 보면 머리가 긴 사람의 사진이 나왔는데, 처음에 봤을 때는 여자인줄 알았다. 그런데 책 내용과 매치가 잘 안된다. 그래서 다시 곰곰히 사진을 살펴보니, 저자가 남자다. 머리가 길다면 여자인 줄 착각을 하기 쉬운데, 머리가 긴 남자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어느샌가 나도 사회적인 편견에 물들었었나보다.




이 책은 저자가 자립을 하던 날의 기억,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 등 그의 일상생활에서 만나고 들었던 이야기들과 함께 그 에피소드에 대한 저자 자신의 생각이 매우 짙게 담겨있는 책이다. 사실 이런 책을 읽어서 도대체 무엇에 쓸까 싶기도 하지만 이런 에세이류를 읽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음으로서 내 자신의 생각의 너비를 넓힐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아무래도 방송을 만드는 PD이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넓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저자의 생각은 무척 일관되고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놓았다.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스펀지라기보다는 단단한 울타리와도 같은 느낌이다. 아마 이렇게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야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가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만한 것도 자신만의 프리즘으로 독특하게 풀어낸다.




저자의 인생이 그리 길다고 하기에는 무척 짧지만, 그동안 겪은 일들이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그의 실제 경험담을 읽으면서 그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함께 해보게 된다. 공감이 가는 대목도 있고, 딱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필력이 뛰어난 편이라 읽는 내내 책이 지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줄글이 많은 에세이는 가끔 지루할 법도 한데, 이 책은 은근히 재미있다. 그래서 자꾸 그 다음 장을 넘겨보게 된다.





저자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쓴 머릿글을 시작으로, 이제는 결혼하고 난 후의 이야기를 맺음글로 썼다. 결혼이라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겠지만 흥미진진한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더 이상 혼자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평생 내 곁에 있을 내 편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뭐든 혼자서 했다면, 이제는 같이 할 사람이 생겨서 신난다. 아마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조금씩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봐도 좋겠다. 이런 사람의 어른되기는 어떤 과정인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봐도 좋겠다. 의외로 꽤 재미있는 에세이라,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에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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