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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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엘리 위젤>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람으로 끔찍했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기자로 활동하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교수와 연구자로 살다가 삶을 마감했다. 표지만 봐서는 썩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책이기도 한데, 의외로 이 책은 많은 생각할 거리와 깨달음을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엘리 위젤의 대학원생 조교였던 아리엘 버거이다. 그는 유대인으로 유대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오랜 시간동안 공부했으며, 어릴 때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치열한 삶을 보냈다. 그는 엘리 위젤과의 인연과 함께 그와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강의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매우 맛깔나게 조합하여 이 책 한 권을 만들어냈다. 사실 강의록만 이 책에 실렸더라면 조금 재미가 덜 했을 수도 있는데, 실제 경험담이 함께 있어서 보다 흥미로운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엘리 위젤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겸손하고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사실 어느정도 사회적인 위치에 올라서면 더 이상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로부터도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 사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엘리 위젤은 평생 배움과 가르침을 멈추지 않는 진정한 학자였다. 그의 강의실은 항상 그의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그 강의실에 함께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그의 목소리는 무척 생생하고 흥미롭다.

이제 엘리 위젤은 이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 남아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그의 강의실을 재미있게 펼쳐낸 이 책의 저자, 아리엘 버거에게 무엇보다 감사한다. 아마 그가 이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엘리 위젤은 그를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를 생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그의 흥미로운 강의를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삶의 근원적인 질문과 화두,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해야할 문제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름대로 해답을 찾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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