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를 잠시 쉬기로 했다
나타샤 스크립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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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연애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는 성향이 있다. 아마 이 책의 저자인 주인공도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인생을 살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데이트 상대를 찾는 결과를 낳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혼돈의 과정들이 아버자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스트레스의 강도가 엄청나며 인생이 바뀌는 정도의 세기라고 한다. 그런 경험을 겪었으니 저자에게 아버지의 죽음 전과 후의 인생을 똑같이 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동안 위험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고 끊임없이 외부의 힘이 자신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두었다면, 이제 저자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등 떠밀리거나 외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사실 저자와 비슷한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 나도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공감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대기업을 다니면서도 뭔가 항상 공허하다는 기분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창 방황하던 시기에는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다니고, 강의도 들으면서 끊임없이 뭔가 찾으려고 했다. 그 와중에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시간은 정말 진지하게 조용히 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던 경험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그 과정이 단순히 하루 이틀 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거의 수년에 걸쳐서 찾았고 지금도 조금씩 그 답을 다듬어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나를 돌아보는 과정은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 또한 이런 과정을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고민한 결과 이런 책까지 펴내게 되었다. 사람마다 이런 고민을 풀어내는 과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한번도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방법이 맞을지 간접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하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엄마가 계속 강조하던 남자 찾기를 그만두고 자신을 찾는 여정이 나와있다. 꼭 누군가의 강요가 안이더라도 계속 연애를 해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서 나를 인정받는 것보다 내 스스로 나를 찾는 경험은 인생에서 꼭 한 번은 해봐야할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적어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길 바란다. 아마 인생을 바꿀만한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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