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나면 한 편의 환상 동화를 본 듯한 기분이다. 세 사람의 관점이 연속적으로 겹치면서 매우 독특한 구성을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이 왜 꿈의 책인지 조금 의문스러웠다. 이 책의 도입 부분이 꿈과는 매우 동떨어진 사건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그런데 마냥 꿈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꿈이 겹치면서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인 세 사람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접점이 없을 것만 같았던 세 사람이 만나면서 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펼쳐진다. 사실 나는 사람이 죽으면 사후 세계가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단순히 기계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사람의 신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은 유지하고 있으나 깨어나지 않는 사람을 돌보는 일은 매우 지난하고 초조해지는 일이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또 깨어난다고 해도 원래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보다 이 책은 주인공들간의 감정선에 좀 더 집중한다.

엄청난 반전이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박진감은 없지만,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전혀 몰랐던 관계들이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은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다. 보통 이 책을 읽을 때는 잠자기 직전에 많이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면 이 책의 내용이 과연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꽤나 강력한 끌림이 매력적인 책임에는 틀림없다.

오랜만에 보석같은 책을 만났다. 평소에 스릴러나 추리 소설을 주로 읽었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의 책도 괜찮다. 꿈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이 책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경계가 모호한 느낌의 소성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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