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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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권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면, 2권은 우리나라의 금속 활자가 어떻게 서방으로 전파되었는지 그 유래를 밝힌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1권보다 2권이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력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책이 대중화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가 더해져서 가능했다는 일이 놀랍다. 사실 책이 대중들에게 보급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기존에 지식을 가짐으로써 권력을 가지고 있던 기득권층은 그 권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는다. 그래서 금속활자를 이미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아모르 마네트'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었는데, 2권의 주요 내용을 이루는 문장이기도 하다. 굉장히 아름다운 말이면서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조금 슬픈 기분도 든다. 아마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2권의 이야기는 책 속의 책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 금속 활자를 보급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책은 만들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책이 대중화된 이후에 사람들의 지식 수준은 갑작스럽게 올라갔고, 현대 문명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중화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인류 역사는 뒤바뀐 셈이다.

1권은 다소 더딘 속도감 덕분에 조금 답답했지만, 2권은 1권의 답답함을 만회하려는 듯 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익히 알던 세종 대왕과 금속 활자를 만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숨가쁘게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인 시기였다. 여성의 몸으로 금속 활자를 전파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로 그것을 실현시켰다. 자신만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다른 길도 있었겠지만, 주인공은 대중이 행복해지는 길을 택했다.

옛날 이야기에서 다시 현대로 돌아오는 과정의 마무리는 조금 힘이 빠지는 감은 있었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직지가 얼마나 중요한 발명이고, 또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작품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금속 활자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는 내용이라, 친근하게 역사에 다가가고 싶은 청소년이나 역사 초심자에게도 괜찮겠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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